<뉴스와 시각>국감 '저질 K정치'의 현장

방승배 기자 2022. 10. 7. 11: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올해 국감이 시쳇말로 '역대급' 정쟁의 장이 된 것은 박빙의 대선 결과로 출범한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대선 불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민생 국감을 표방하고 '팩트(fact)' 경쟁을 예고했지만, 현실에서는 프레임(frame)과 프로파간다(propaganda)만 난무하다.

'윤석열차'와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의 줄임말)가 국감의 핫 이슈가 된 것이 이를 대변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승배 정치부 차장

“도대체 이게 뭡니까.”

지난 4일 별세한 김동길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생전에 정치권을 비판하며 늘 했던 말인데 개그맨 최병서 씨가 그를 흉내 내 유행어가 됐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진 국정감사를 보면 이 말이 절로 떠오른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안보와 경제 쓰나미가 동시에 몰려들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기지인 괌을 겨냥해 일본 열도를 넘어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미국 항공모함이 회항하자 또다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쏘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7차 핵실험 수순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여파로 금융과 실물경제의 복합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부진하면서 올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외환위기 때를 넘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적 역량을 집결해 대응해도 시원찮을 이때 국민 대표들은 그들만의 전쟁을 치르는 데 여념이 없다.

올해 국감이 시쳇말로 ‘역대급’ 정쟁의 장이 된 것은 박빙의 대선 결과로 출범한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대선 불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구 권력 간 다툼이 정권 출범부터 계속되다 보니 여당의 국감 자료는 ‘문재인 정부’가 주어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초점을 맞춘다. ‘국감사령부’에 해당하는 양당의 오전 국감대책회의에서 지도부는 공격지령을 공개하는데, 키워드는 윤석열, 김건희, 문재인, 이재명이다. 당원과 지지자들에게도 충실한 코드 맞추기다.

언제나 그랬듯이 민생 국감을 표방하고 ‘팩트(fact)’ 경쟁을 예고했지만, 현실에서는 프레임(frame)과 프로파간다(propaganda)만 난무하다. ‘윤석열차’와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의 줄임말)가 국감의 핫 이슈가 된 것이 이를 대변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윤석열차’라는 제목으로 윤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만화 작품에 대해 문체부가 엄중 경고한 것을 놓고 ‘표현의 자유’ 공방이 벌어졌고 사회적 논쟁거리로 커졌다.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세종시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보육교사에게 ‘아나바다’의 뜻을 물은 것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파행했다. 야당 의원이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장에 가니 논란만 인다”고 지적하자 여당 의원이 “사소한 것으로 침소봉대한다. 니(너)나 잘하세요”라고 한 발언이 고성이 오가는 싸움으로 이어졌다.

국감 첫날부터 ‘무용론’이 나왔고, ‘상시 국감’ 같은 제도 개선 목소리들이 어김없이 되풀이될 것이다. “변화에 둔감하고 무능한 엘리트들이 점령한 한국 정치는 세계사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퇴보 중”이라는 민 컨설팅 박성민 대표의 말이 와 닿는다. 박 대표는 엘리트와 대중의 위상 역전을 언급하면서 정치인은 ‘죽지 않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원형극장의 검투사이거나,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는 격투기 선수 신세가 됐다고 했다. 지금 국감장은 정파에 충실한 검투사들로 가득 찬 원형극장처럼 느껴진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