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악의 축' vs '왕따의 축'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악의 축(Axis of evil)'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2년 새해 국정연설 때 사용해 유명해진 개념이다.
부시는 "테러를 지원하는 정권들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언급했고 순식간에 세 나라는 3대 악의 축 국가가 됐다.
그런데 이란·북한이 핵 개발에 골몰하자 미국은 유엔 제재를 통한 핵 개발 저지 전략을 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두 나라는 왕따(pariah) 국가로 불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미숙 논설위원
‘악의 축(Axis of evil)’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2년 새해 국정연설 때 사용해 유명해진 개념이다. 부시는 “테러를 지원하는 정권들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언급했고 순식간에 세 나라는 3대 악의 축 국가가 됐다. 세 나라가 핵을 개발해 테러조직에 팔 경우 세계가 위험해진다는 게 그의 논지였다. 악의 축 개념을 꺼낸 이듬해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문제의 대량파괴무기(WMD)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이라크전 정당성 논란과 함께 악의 축 개념은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이란·북한이 핵 개발에 골몰하자 미국은 유엔 제재를 통한 핵 개발 저지 전략을 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두 나라는 왕따(pariah) 국가로 불렸다. 파리아는 인도의 최하층 불가촉천민을 총칭하는 용어로, ‘경제 제재로 인해 국제적으로 고립된 독재국’ 의미로 통용된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2014년 4월 방한 때 “북한과 맞닿은 한국은 민주주의의 최전선”이라면서 북한을 ‘왕따 국가’로 지칭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도 “김정은이 핵을 고수한다면 북한은 왕따 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2015년 핵 합의 후 “중동의 왕따 국가에서 지역 맹주로 부상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핵 개발을 재개하며 다시 왕따의 길로 들어섰다.
‘악의 축’이 20년 만에 ‘왕따의 축’으로 악성 진화하는 형국이다. 미 ABC 방송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를 왕따 국가로 전락시켰다”고 했고,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웹사이트에는 “러시아가 이란과 왕따 동맹을 형성 중”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밀리자 러시아는 아시아·중동의 왕따 국가에 손을 벌리고 있다. 푸틴은 지난 7월 테헤란을 방문했고, 러시아 국방부 장관의 북한 방문설도 나온 바 있다. 영·미 정보 당국이 ‘북한·이란 무기가 러시아로 갔을 것’이라고 하자 두 나라는 펄쩍 뛰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이란과 같은 왕따 국가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두 나라에 무기를 구걸하는 지경이 됐다. 좌파 인사들이 사회주의 종주국으로 추앙하던 러시아는 지도자를 잘못 만난 탓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찍어내기’ 의혹 박은정 “날 재수사? 친윤 검사들 공정한가 의구심...尹·한동훈을 위한 수
- 홍준표, 국힘 중진 3인 맹비난…“당 흔들고, 당대표 후보로 설쳐”
- 골프 선수 박결, 유명인 상대로 퍼진 루머에 “어이가 없다”
- ‘방송 퇴출’ 조형기, 美 한인타운서 포착…한국 떠났나
- 우크라, 2014년 러시아에 뺏긴 크름반도도 탈환 가능?
- 민주, “근무시간 중 뻘짓거리하다 사고나면 공상?”...서해피살 공무원 해수부葬 비난
- 이준석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대표직 복귀 가능성 사실상 사라져
- 정은경 전 질병청장, 분당서울대병원 취업 승인…연봉 8000만 원
- 전쟁 밀려 심기 불편한데…김정은, 푸틴에 “칠순 축하” “미국 짓부셔”
- [속보] 尹, 이준석 추가징계에 “당무에 답변한 적 없어”...“한일관계,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