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방부.합참을 차령산맥 이남으로

기자 2022. 10.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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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통수권자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군이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 군통수권자의 군에 대한 첫 번째 지침은 국방부 청사를 한 달 안에 비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합참이 서울에 있었던 것은, 군사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수도 서울 사수(死守)'라는 정치적 의미를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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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예비역 대장, 前 제2작전사령관

국군 통수권자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군이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하는 것이다. 군대가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오직 전투준비에 전념하도록 보호하는 것, 이것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기본 정신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은 이러한 원칙이 크게 훼손된 기간이었다. 항시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군대에 평화를 강요하면서 기본적인 군사훈련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는 등 모든 군사적 영역에서 정치적 눈치를 보게 했다. 게다가 계엄령 문건 등 군과 관련해서 사회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 군통수권자가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서서 직접 수사를 지시하는 등 사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군을 핍박해 왔다. 그 결과 군에서 추앙받는 김관진 장군은 구속된 후 적부심에서 석방됐으나 아직도 사법 처리에 시달리고 있고, 이재수 장군은 죽음으로 명예를 지키고자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필자를 포함한 많은 예비역 출신은 더는 군이 정치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고대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 군통수권자의 군에 대한 첫 번째 지침은 국방부 청사를 한 달 안에 비우라는 것이었다. 사전에 논의되거나 검토된 것도 아니고, 불과 며칠 사이에 이뤄진 의사결정이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는 깊이 있는 검토를 한 뒤에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대통령실이 국방부 청사를 차지하면서 국방부는 합참 청사로 들어가고 여기에서 밀려난 부서들은 여러 곳으로 흩어진 상태에서 수도권에 있는 부대들에까지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왔다. 새 정부가, 그리고 군통수권자가 군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합참은 수방사 지역으로 이전이 검토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이 정부의 임기가 끝날 무렵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이상 우리 군도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수도 서울은 북한군의 포병 유효사거리 안에 있어 전략적 취약성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합참이 서울에 있었던 것은, 군사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수도 서울 사수(死守)’라는 정치적 의미를 위해서였다. 군사적 차원에서 볼 때 군령 최고제대인 합참의 위치는 적어도 차령산맥 이남에 있어야 한다. 합참의 차하급 제대인 지상작전사령부가 경기 용인에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필자는 이 기회에 국방부와 합참을 차령산맥 이남, 대략 논산 계룡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제안한다.

유사시 만에 하나, 북한군이 수도 서울을 점령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고 해도 군사 지휘기구만큼은 한반도 전체 전황을 장악할 수 있는 곳에 있으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탈레반이 쳐들어오자 군 수뇌부에 “더는 피를 흘리지 말라”고 지시한 후 특별기편으로 국외 탈출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모습이 유사시 우리나라에서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국방부·합참을 논산 계룡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 지금의 용산지역은 대통령실을 운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합참 청사가 그대로 비워지게 되니 대통령 직속 각종 위원회를 통합해 배치할 수도 있고 국방부 지원시설에는 대통령실 경호·통신·지원 인력을 여유 있게 수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용산공원과 연계한 명품 대통령실 건설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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