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와대를 역대 대통령 기념관으로

기자 2022. 10.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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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청와대가 권력의 공간에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화룡점정 하듯이 청와대의 공간에 역대 대통령 12명의 기념관을 배치하고 곳곳에 대통령의 동상을 세운다면 어떨까? 대통령 기념관들을 둘러보며 우리나라가 그동안 어떻게 성공의 길을 달려왔는지, 어느 대통령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떤 정책이 성공하고 어떤 정책이 실패했는지를 살펴보고 생각해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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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한국교원대 명예교수·前총장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청와대가 권력의 공간에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하루 평균 1만 명, 주말에는 하루 평균 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청와대를 찾았다. 많은 사람이, 삼엄했던 권력의 공간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 호기심 뒤에는 우리의 성공을 이끈 역대 대통령들의 정치적 결단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짙게 깔려 있다.

지금, 청와대 공간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윤 대통령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자 하고, 시민사회도 ‘역사문화예술 클러스터’로 만들자고들 한다. 논란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면 시민들은 그동안 흘려보았던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보며 향수도 달래고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K-팝에 흠뻑 빠져 찾아온 관광객들도 우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 뜨거운 우정을 쌓게 될 것이다. 훌륭한 구상임에 틀림없으나, 어딘가 초점이 흐린 것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공의 비결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덤덤하게 한국문화사를 얘기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경이로운 나라다. 후진국에서 초고속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경제 수치로 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기록이 확실한 1960∼2020년 60년 동안 국민 1인당 실질소득은 34배나 늘었다. 명목소득으로는 80달러에서 3만2000달러로 무려 400배다. 세계 신기록 가운데 신기록이다.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우리도 궁금하고, 세계인들도 궁금해한다.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의 근원에는 대한민국 성공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화룡점정 하듯이 청와대의 공간에 역대 대통령 12명의 기념관을 배치하고 곳곳에 대통령의 동상을 세운다면 어떨까? 대통령 기념관들을 둘러보며 우리나라가 그동안 어떻게 성공의 길을 달려왔는지, 어느 대통령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떤 정책이 성공하고 어떤 정책이 실패했는지를 살펴보고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우리는 그동안 ‘빨리빨리’ 달려오기에 바쁜 나머지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은, 누가 어떻게 해서 대한민국이 건국됐고, 누가 무슨 정책들을 써서 경제가 발전했으며, 누가 민주화에 어떻게 공헌했는지 자세히 모른다. 어른들도 과거의 사건이 현재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짚어 보려면 근현대의 사실들을 제대로 알고 의미를 파헤쳐야 한다. 과거사와 깊이 대화하면서 현시대를 가늠해야 한다. 우리의 역사가 ‘정의는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흔적이라면,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대사의 주요 사건마다 오판만 거듭했던 에드워드 H 카는 역설적이게도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동안 오판만 거듭한 사람일수록, 대한민국의 성공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로 평가하려면 근현대사의 과거 사실들과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청와대를 역대 대통령 기념관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한눈에 근현대사의 속살을 살펴보고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해 보자. 청와대 주위의 경복궁과 서촌·북촌,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공예박물관, 삼청동과 사간동, 송현동의 가칭 이건희미술관과 인사동을 연계시켜 역사문화예술의 클러스터를 만들자. 그러면 문화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 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제대로 하지 못한 역할도 훌륭히 해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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