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덮친 '쌍둥이 적자'.."외화유동성 확보에 차질 있을 수도"
한국 경제 위기론 확산하나
한국은행 "9월에는 경상수지 흑자 전환"
전문가 "연말까지 안심할 수 없어"
고환율·고유가 리스크 여전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로 불어나면서 올해 8월 경상수지도 30억5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2년 4개월 만에 최대폭 적자다. 한국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해 온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꺾인 가운데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수입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기초 체력)과 대외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경상수지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이 몰리는 시기인 4월을 제외하고는 월간 기준으로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왔다.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 적자가 에너지 수입 급증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며, 9월에는 다시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오르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연말까지 방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한국은행의 연간 37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수출 증가세 둔화·에너지 수입 증가에 상품수지 ‘사상 최악’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104억9000만달러 감소한 30억5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에 적자 전환했다. 적자폭도 2020년 4월(-40억2000만달러) 이후 2년 4개월만에 가장 컸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 서비스의 수출입과 함께 자본, 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통계다. 크게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김영환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배경에 대해 “본원소득수지가 견실한 흑자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수지가 큰 폭 적자를 보인 데다, 서비스수지가 적자 전환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상수지 구성 요소 중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수출-수입)은 수출을 상회하는 수입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44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8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적자다. 1년 전과 비교해 104억8000만달러 쪼그라들면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김영환 부장은 “수출의 경우 대(對)중국 수출 감소와 IT 경기 부진으로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수입은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원자재를 중심으로 급증했다”고 했다. 실제 우리나라 8월 반도체 수출은 7% 감소했지만, 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수입은 25.4% 늘었고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도 13.4% 증가했다.
그동안 흑자 흐름을 보인 서비스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점도 경상수지 적자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김 부장은 “서비스수지 가운데 운송수지가 흑자 유지했지만, 8월중 일회성 대규모 특허권 사용료가 반영되면서 지식재산권 수지가 적자를 기록했고, 해외 여행 증가로 여행수지도 적자를 냈다”고 했다.

◇ 한은 “경상수지 9월에는 다시 흑자 전환”
한국은행 조사국은 이날 별도의 자료를 내고 “경상수지는 지난 8월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94억9000만달러)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9월 들어 무역적자가 크게 축소됨에 따라 9월 경상수지는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계절적인 요인이 반영되는 4월을 제외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2012년 1월이 마지막일 정도로 드문 일인 만큼, 한국은행이 시장 불안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조사국은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해외생산 무통관수출 흑자, 본원소득수지 흑자, 운송서비스 흑자 등이 경상수지 흑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추이 등을 둘러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경상수지도 월별로 변동성이 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고유가·고환율에 “4분기에도 경상수지 적자 압력 지속”
문제는 9월 이후 경상수지가 또 한 번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산유국이 대규모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90달러 수준을 회복했고,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로 올라서면서 무역수지 적자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에너지 시장 움직임에 특히 취약하다. 한국은행도 “높은 수준의 에너지 수입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해외여행 수요도 경상수지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면서 올 겨울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인 ‘쌍둥이 적자’도 일시적으로 현실화됐다. 경제학계와 시장에서는 ‘쌍둥이 적자’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나라가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독주 현상인 ‘킹달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악화는 달러 수급 불균형을 유발해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는 한국이 이후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상수지가 9월에 흑자를 기록한다고 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무역수지 악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경상수지도 연말까지 계속 적자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준을 아니라면서 불안감 확산 방지에 나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9월에는 상대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많이 줄어서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우마 때문에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하고 이것이 위기의 단초가 되는 게 아닌지 많이들 걱정하시는데, 아직 한국은행과 국제기구는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300억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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