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이혼썰

서울문화사 2022. 10. 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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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적당히 좀 하지 그래? 적당히 안 돼서 법원에서 싸움의 끝을 본 부부들. 이혼 변호사들이 말하는 잊지 못할 이혼 소송을 모았다.

몸으로 해결

이혼을 앞둔 부부는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사무실을 찾아온다. 기억에 남아 있는 각양각색의 사건 가운데, 서로 다르지만 행복한 결말로 끝난 두 사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장성한 딸의 손에 이끌려온 80대 후반의 할머니였다. 다섯 자녀의 양육에 여념이 없던 부인을 두고 남편은 일찌감치 딴살림을 차렸고, 줄기차게 이혼을 요구했다. 남남이나 다름없는 관계였음에도 부인은 아이들 생각에 이혼만은 거부했고,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할머니는 40년을 함께해온 그 여자가 남편에게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을 결심이 선 것이다. 뜻밖의 이혼 공격에 남편은 당황했으나 이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할머니가 원하는 대로 이혼이 성립되었다. 얼마 후 할머니는 남편이 사라진 가족관계등록부를 보고 행복하다며 진작에 할 것을 그랬다고, 요새 문화센터에서 동년배들과 즐거운 만남이 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두 번째 사례는 피곤과 우울에 찌든 중년의 남성 한의사였다. 벌써 1년째 부인과 한마디 말도 섞지 않았다던 그는 마치 투명 인간이 된 것 같다며, 이럴 바엔 이혼하겠다면서 몇 시간 동안 눈물 섞인 하소연을 하고 돌아갔다. 사흘 뒤 그는 너무나 다른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 어제 녹용 보약을 지어 먹고 부인과 새벽 4시까지 몸의 대화(!)를 나누었다며, 그동안 무심했던 것을 반성하고 잘 지내보기로 했단다.

어떤 갈등은 오랜 세월에 풍화되어도 그 흔적을 남기고, 어떤 갈등은 몸과 마음의 대화로 금세 사라지기도 한다. 야속하고 밉더라도 서로 등을 돌리고 날을 세우기보다는, 솔직하게 마음을 부딪쳐보는 것이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독자 여러분도 참고하시라.

WORDS 이보라(정오의 법률사무소)

난임 때문에

아내와 남편은 대학교 때 만나 연애를 5년 정도 하고, 결혼한 지 2년쯤 된 신혼부부였다. 결혼 후 둘은 아이를 가지려 했으나 임신이 잘되지 않아 난임 병원에 다니는 등 노력을 했다. 아이를 가지기 위해 부부관계를 의무적으로 하다 보니 남편에게 그 과정이 상당히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그로 인해 부부 사이는 조금씩 멀어졌다. 그러던 중 아내는 우연히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성매매 여성과의 대화로 추측되는 “한 번만 하고 15만원에 가능해요” “사진 보내주실 수 있나요?” 등의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게 되었다. 아내는 아이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신을 무시하고, 성적인 욕구 충족에만 골몰하는 남편의 행동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내는 누구보다 남편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기에 더 신뢰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하자. 당신처럼 바람피우고 지저분한 사람과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이야기했고, 남편은 “너와는 부부관계도 잘 안 되고, 너무 외롭고 답답해서 그냥 장난으로 해본 거다”라고 변명했다. 둘은 결국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을 하게 되었다. 요즘 젊은 부부들 중에는 난임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아이를 갖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고 그 일로 인해서 부부 갈등이 심해지고, 시험관 시술 등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 서로 멀어지게 되는 것. 원론적이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내와 남편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성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남성보다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호르몬 치료 등을 하게 되면 심신이 피폐해져 아내는 남편에게 더 예민하게 굴기도 한다. 남편이 그런 아내를 이해해주면 갈등이 좀 덜할 수 있다. 한편 아내는 남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해주어야 할 것 같다. 남성은 연애 감정 없이도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업소 등을 가기도 한다. 남성의 그러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아내 입장에서도 남편의 욕구와 상태에 대해 살필 필요가 있다.

WORDS 한승미(법무법인 승원)

며느리는 내연녀

처음 송무를 시작했을 때 법인 전체를 한동안 떠들썩하게 했던 이혼 사건이 기억난다. 의뢰인은 굉장한 재력가의 사모님으로 남편이 자신의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자행하는 패륜을 못 견디고 이혼을 의뢰하였다. 부부 사이에는 장성한 아들이 둘 있는데 큰아들은 남편이 정해준 혼처를 거절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 그러자 남편은 시집살이를 호되게 시키며 큰아들 내외를 괴롭혔다고 한다. 이를 본 둘째 아들은 남편이 정해준 여자와 결혼을 했다. 남편은 흡족해하며 둘째 며느리를 무척 예뻐하고 둘째 아들 내외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둘째 며느리는 남편이 오랫동안 사귀어온 내연녀의 딸이었다. 또한 둘째 아들은 결혼한 직후 아내가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아이의 아버지가 다름 아닌 의뢰인의 남편이었다. 즉 의뢰인의 남편은 내연녀뿐만 아니라 내연녀의 딸과도 사귀었고 내연녀의 딸이 임신하자 자신의 아들과 결혼시킨 것이다. 수십 년간 살며 파렴치한 행동을 참아왔던 의뢰인은 남편이 태연자약하게 내연녀의 딸과 사생아를 며느리와 손주라고 부르며 사욕을 채우는 모습을 보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제안한 금전적인 조건과 지원을 받아들여 아버지의 애인과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자신의 동생을 아들로 키우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 입장에서도 이 사건은 이례적이고 충격적이어서 위 사례를 통해 일반인에게 구체적인 조언이나 예방책을 제안하기는 어렵다. 다만 타인의 강요나 금전적 조건 등 외부적 요인에만 휘둘려 결혼을 하게 된다면 행복한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고, 결혼에 앞서 ‘결혼’과 ‘부부’의 참된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WORDS 최유선(법무법인 제하)

가정보다 소중한 아내의 종교 생활

남편과 아내는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나 약 4년간 교제한 끝에 결혼식을 올리고 두 아이를 낳으며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평탄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정을 이룬 지 약 10년이 지난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친구를 따라 전라도 어딘가에 위치한 절을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아내는 ‘매주 일요일에만’ 집을 비우고 절에 가는 수준이었기에 남편은 아내의 종교 활동을 존중해주었다. 그러나 몇 개월이 흐르자 아내는 극단적으로 종교에 빠지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최소 3번은 절에서 시간을 보냈으며 남편은 물론 아이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절에서 스님과 시간을 보내면서 사주풀이를 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종교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는 스님의 뜻대로 집을 옮겨야 한다면서 갑자기 집을 부동산에 내놓기도 했으며,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를 부산에 위치한 학교로 보내야 한다면서 부산의 학교를 알아보기도 했다. 아내는 이 모든 것이 스님과 상담해 얻은 결론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결국 남편은 지극히 사적인 가정사까지 스님의 뜻대로만 결정하는 아내와는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내는 오히려 남편의 이혼 청구에 ‘기다렸다는 듯이’ 동의해주었다. 약 10년간 평탄한 혼인 생활을 유지해온 부부는 종교로 인해 이처럼 허무하게 파탄이 났으며 남편은 단란했던 가정을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아내는 이혼 소송 중 유책 배우자로 인정되어 남편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만 했고, 결국 종교로 인해 가정도 잃고, 경제적인 손실까지 입었다. 아무리 종교가 중요한 가치라고 해도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가정과의 균형은 중요하다. 현재 아내는 어떠한 삶을 사는지, 과연 일말의 후회도 없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WORDS 한아경(법무법인 시작)

EDITOR : 조진혁 | PHOTOGRAPHY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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