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뷰티, 국제트래블마켓, 그레이트 선셋..서울시, 뜻 모를 행정용어 실태조사
실태조사 정례화로 개선, 효과는 '갸우뚱'
‘가을축제 비바뷰티’ ‘국제트래블마켓’ ‘비욘드 조닝’ ‘그레이트 선셋’…
서울시가 최근 추진한 시민 행사와 정책에 붙은 이름들이다. 외국어를 조합한 용어들이 많아 정확하게 뜻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식당·대학 등을 독려하는 ‘제로서울’ 사업은 참여 단체를 ‘제로카페’ ‘제로식당’ ‘제로캠퍼스’로 부르는 데 이름만 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다.
7일 서울시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달부터 시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정책사업명 실태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외부 언어 전문 연구기관이 홈페이지, 시정 홍보자료 등을 검토해 외국어가 남용돼 순화가 필요한 정책·행사 명칭 등을 찾는다.
행정 용어가 누구나 알기 쉬운 언어로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은 지난 수년간 제기됐으나,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문제다. 특히 서울시는 2013년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안을 만들어 2014년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에서는 지금까지 558개의 행정용어를 심의하는 등 순화가 필요한 언어에 대해 대안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지만, 실무 부서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위원회는 ‘보모’는 ‘유아돌보미’ 또는 ‘육아지원사’로, ‘딥페이크’는 ‘허위영상물’ 또는 ‘합성영상물’ 등으로 순화어를 선정한 바 있다.
서울시가 앞서 5~9월 외부 전문가를 통해 검토한 자체 홍보물 46건에도 그동안 위원회가 순화를 권고한 ‘익일’(다음날)과 같은 용어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로컬푸드(지역 먹을거리), 버스킹(거리공연)도 마찬가지다. 이번 검토에서 ‘그린네트워크’(생태보존구역·녹지연결망·초록 띠), ‘라이브커머스데이’(실시간 판매방송의 날) 등도 순화 대상으로 지적됐다.
서울시가 미용과 패션을 주제로 10월 시내 전역에서 개최하는 문화 행사의 이름 역시 ‘서울뷰티먼스’로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외국어 조합이다. 이날 ‘서울뷰티먼스’의 일환으로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가을축제 비바뷰티’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행사명이다.
이같은 행정 용어 실태를 올해부터 정기적으로 조사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지만 언어 순화가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최원석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일부 정책 사업의 이름으로 불필요한 외국어를 사용해 언론의 지적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한글날을 맞아 공문서나 정책사업명에 외국어를 남용한 사례가 없는지 되돌아보고 자체 점검 및 사전감수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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