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다회용 택배 상자로 주문해요~

2022. 10. 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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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했다 돌아오는데 아파트 앞에 쓰레기가 가득하다. 종이 상자, 스티로폼, 비닐, 캔 등 정말 많다. 자세히 보니 택배 쓰레기가 많다. 우리집은 택배를 얼마나 시킬까. 성인 4인 가족이니 택배도 많다. 코로나19 이후 아내와 딸들이 택배를 많이 시킨다. 일주일에 평균 3~4개는 온다. 딸들의 화장품을 비롯해 아내의 식자재 등이다. 우리집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 증가로 택배 포장 폐기물 발생량도 급증했다. 택배 쓰레기를 그냥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부터 아내는 다회용 택배 상자로 온라인 주문을 한다.

올해 초부터 아내가 시키는 물건 일부는 다회용 상자로 온다. 주로 식자재다. 멤버십 제도를 통해 운영하는데, 무료 배송뿐만 아니라 낮에 주문하면 새벽 도착 등 장점이 많다.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은 다회용 택배 상자다. 프레시팩이라 불리는 보냉 가방은 배송 후 담당 기사가 다시 수거해가는 방식이다. 옛날에 다회용 그릇으로 짜장면 시키면 회수하는 것처럼 말이다.

종이 상자가 아니라 보냉 가방으로 오니 뭔가 소중하게 보낸 느낌이다. 가방 이용료는 별도로 청구되지 않는다. 물품을 받은 후 문 앞에 내놓으면 끝이다. 물론 반납하지 않으면 사용료가 부과된다. 택배를 받은 후 나오는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지 않으니 좋다.

다회용 택배 상자로 물건을 시키면 분리배출할 쓰레기가 거의 없다.

다회용 택배 상자의 장점은 필요한 상품을 따로 포장하지 않고 발송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고기를 시켰을 때 보니 버릴 것이 거의 없다. 보냉용 은박지는 다회용 택배 상자에 넣어 다시 보낸다. 회사가 재활용할 수 있다. 단, 고기를 싼 비닐은 어쩔 수 없다. 아내는 고기를 다른 용기에 넣은 뒤 상품 표기 종이를 떼어낸 후 비닐을 씻어서 버렸다.

아이스팩도 물로 채워진 친환경 아이스팩이 온다.

냉동식품을 택배로 시키면 아이스팩이 함께 왔다. 아이스팩은 플라스틱이다. 그렇다고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는 게 아니다.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물로 채워진 친환경 아이스팩이 온다. 물을 버린 후 비닐봉지만 따로 버리면 된다.

보냉 가방을 여러 번 재사용하면 위생 문제가 신경 쓰일지 모른다. 아내 말을 들어보니 사용된 보냉 가방은 깨끗하게 살균, 세척 후 다시 사용하는 거란다. 너무 낡거나 오염된 가방은 사용하지 않고 철저히 관리한다 하니 아내는 안심하고 사용한다.

다회용 택배 상자는 물건을 꺼낸 후 상자를 내놓으면 다시 가져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 물량이 급증한 상황에서 택배 상자가 다회용으로 바뀌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국내 많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 업체가 다회용 보냉 가방을 사용 중이다. 

정부가 다회용 택배 상자의 효용성을 모를 리 없다. 환경부는 국내 유통기업 5개 사 및 물류기업 3개 사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일회용 택배 상자 폐기물 감량을 위해 다회용 택배 상자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대형 유통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회용 택배 상자.(출처=유통업체 쇼핑몰)

시범사업은 우리집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보냉 상자와 같다. 각 유통사의 배송망을 통해 택배 상자를 회수하여 다시 쓰는 방식이다. 그리고 물류기업은 택배 상자를 깨끗하게 위생적으로 세척, 공급한다.

환경부는 한국폐기물협회를 통해 각 유통사에 맞는 택배 상자를 제작하고 7개월간 택배 배송, 회수 등의 실증을 거쳐 경제성, 환경성, 자원 순환성 등을 조사했다. 이렇게 다회용 택배 상자를 쓰면 쓰레기가 얼마나 줄까. 결론은 듣지 않아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다회용 택배 상자 사용 시 5개 유통사 평균 배송 원가가 일회용과 비교해 169원(3.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아내의 경우 멤버십 회원제 가입으로 월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으로 다회용 보냉 상자를 쓴다. 그렇다면 회원제 비용에 보냉 가방 사용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다회용 택배 상자는 환경을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한번 택배를 시킬 때마다 169원을 내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면 지불할 용의가 있다. 환경을 살리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해서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회용 택배 상자보다 다회용 택배 상자가 1회당 평균 74.49%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폐기물 발생량은 다회용 택배 상자가 일회용보다 99.3%(610g/회 → 4.3g/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뭐 이것도 당연한 얘기다. 우리집에 오는 다회용 택배 상자를 보면 불필요한 포장재, 아이스팩, 비닐, 종이 등이 거의 없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늦었지만 환경부가 다회용 택배 상자 표준(안)을 만든다고 하니 앞으로 종이 상자로 오는 택배도 줄어들 것이다. 

다회용 택배 상자는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이다.

오늘도 택배가 왔다.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위해 아내가 찌개용 돼지고기를 시켰다. 보냉 가방에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왔다. 택배가 오면 분리배출에 바빴던 아내였는데, 이제 편해졌다. 고기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에서 종이만 제거 후 분리수거함에 버리면 끝이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로 지난 여름 큰 피해를 보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피해를 볼지 모른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쓰레기를 줄이는 일을 더는 늦출 수 없다. 다회용 택배 상자는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이다.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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