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홍일점'홍은아 부회장X'레전드'김병지 부회장 심판역량 강화 위해 뭉쳤다!

전영지 2022. 10. 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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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왼쪽에서 4번째), 홍은아 부회장(왼쪽에서 6번째)과 박성원 대한수영연맹 청소년대표팀 감독, 장명희 태권도 국제심판, 한영경 피겨스케이팅 국제심판 등 종목 지도자, 심판 패널들이 국민체육진흥공단 '국제심판양성사업 수료생 사후교육과정 워크샵'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이화여대

대한축구협회(KFA)의 '국제심판 출신 첫 여성 임원' 홍은아 부회장(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과 '레전드' 김병지 부회장(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재단 이사장)이 대한민국 심판 역량 강화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으로 이화여대가 운영하는 '2022년 국제심판 양성사업 수료생 사후교육과정 워크숍', 홍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비대면 수업에 김 부회장을 특별강사로 초빙했다. 'K리그 706경기 최다출전에 빛나는 레전드' 김 부회장의 관록과 입담이 녹아든 강의에 53명의 각 종목 현역 심판들이 귀를 바짝 세웠다. 김 부회장은 '라이벌은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의미일까'라는 주제로 2시간의 열강을 이어갔다.비대면 수업임에도 모니터를 뚫고 열기가 전해질 만큼 분위기가 뜨거웠다.

김병지 KFA부회장
홍은아 KFA 부회장
김 부회장은 "프로축구가 출범한 후 300경기를 뛴 선수는 40년간 50명이 채 안된다. 500경기는 5명, 600경기는 없다. 그리고 전 706경기를 뛰었다"고 했다. "프로 첫해엔 울산 현대에서 대선배 최인영 골키퍼와, 은퇴 무렵엔 20대 핫한 선수들과 경쟁해야 했다"고 선수생활 내내 숙명처럼 이어진 라이벌사를 돌아봤다. 23년간 78㎏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술, 담배를 일절 하지 않으며, 자투리 시간을 살뜰히 활용하는 시간경영으로, 무명의 고졸 골키퍼가 국군체육부대를 거쳐, 울산 현대 9번째 선수로 뽑히고,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고, '연봉 960만원의 선수가 4대 스포츠 연봉킹'에 오른 기적,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온 과정을 소상히 소개했다.

김 부회장은 2002한-일월드컵에서 '드리블'로 인해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난 사건을 언급하며 "히딩크 감독님이 얼마전 20주년 기념경기 때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3-4위전은 뛰게 했어야는데 실수했다'고 하시는데 미운 감정이 싹 없어지더라"며 웃었다. "나는 그 실패를 내 탓이라고 생각했지, 남 탓하지 않았다. 이후 감독, 팬들과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만들지 고민했고, 그후 14년을 프로선수로 더 뛰었다"고 했다. 그는 '드리블하는 골키퍼'가 된 과정도 공유했다. "고1때 키가 작아서 골키퍼 대신 필드플레이를 해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의도치 않은 시간에 최선을 다한 결과는 내 경쟁력, 내 캐릭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 참 좋겠지만 때로 배제됐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스포츠조선DB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도 흥미진진했다. 실시간 채팅창으로 수강생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현 대표팀 감독이라면 손흥민, 박지성, 차범근 중 누굴 뽑을까'라는 '손박차 대전' 질문에 김 부회장은 "참 어려운 질문이지만, 현 대표팀이라고 제한해 주셔서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같다"고 했다. "공격은 괜찮은데 미드필드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현 국가대표라면 박지성을 가장 먼저 픽할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손흥민 선수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이 다시 월드컵 4강에 오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엔 "월드컵 4강은 기적의 역사다. 기적의 역사는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때도 모든 사람들이 4강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때다. 이 기적은 언젠간 반드시 다시 이뤄진다"고 단언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20년 전에도 100명 중 100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이뤄졌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김 부회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심판으로 매순간 공명정대함으로 축구선수들의 존경을 받았던 원창호 심판을, 가장 잘 맞았던 지도자로 선수 생활 마지막을 함께 한 하석주 전 전남 드래곤즈 감독(아주대 감독)을 꼽았다. '기억에 남는 심판'을 묻는 질문에 "아주 심판을 명확하게 잘 봤던 원창호 심판"이라고 답했다. "그분은 언제나 공정과 신뢰를 받는 판정을 하셨다. 본인도 공정했지만 선수들의 공정을 이끄는 능력이 있으셨다. 선수들이 먼저 '(공이)제 발 맞고 나갔다' 이실직고했을 정도"라면서 "좋은 심판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이를 통해 좋은 문화를 이끈다"고 답했다. '선수 시절 과업중시, 인화중시 등 다양한 유형의 지도자 중 어떤 분이 가장 잘 맞았느냐'는 질문엔 김 부회장은 "23년간 많은 감독님을 만났지만 선수생활 마지막에 만난 하석주 감독님과 가장 잘 맞았다. 제 성향 탓도 있는데, 친구같은 감독님, 선수의 말을 경청해주시는 감독님과 잘 맞았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잘 됐다"고 돌아봤다.

사진제공=이화여대
폭발적 반응 속에 진행된 토크 콘서트엔 김 부회장과 함께 박성원 대한수영연맹 청소년대표팀 감독, 장명희 태권도 국제심판, 한영경 피겨스케이팅 국제심판이 패널로 나섰다. 각 종목 심판들의 고충과 애환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마친 홍은아 부회장은 "종목과 상관없이 심판들만의 고충이 있다. 이를 털어놓고 소통할 장이 없었다는 생각에서 이번 워크숍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수강생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제시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2003년 국제축구연맹(FIFA) 최연소 국제심판이 된 이후 2021년 KFA 첫 여성 부회장이 되기까지 스포츠계 대표 여성리더의 가시밭 길을 헤쳐온 홍 부회장의 후배들을 위한 심판 교육, 심판 인권에 대한 소명의식은 확고하다. 홍 부회장은 "선수, 지도자 인권에 대한 논의는 활발한 데 비해 심판 인권 문제는 거의 다뤄진 바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학부모, 선수, 지도자들에 대한 교육이 더욱 체계화돼야 한다"고 했다. "이 워크숍을 통해 심판들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서로 소통하면서 국제심판은 물론 국제기구 분과로 진출해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의 중추적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체육진흥공단-이화여대가 함께하는 '2022년 국제심판 양성사업 수료생 사후교육과정'은 8월 말부터 내년 1월까지 진행된다. 화, 목요일 1시간 30분~2시간의 제2외국어(프랑스어, 스페인어), 스트레스 관리 전략, 스포츠와 인권, K컬처 등 심판 역량 강화를 위한 다채로운 강의와 20시간의 전화영어 교육 등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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