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아파트' 왜 생기나 했더니..인건비 절감·불체자 급증 총체적 난국

홍성완 기자 2022. 10.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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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자들, 법무부 불시 점검 피하기 위해 고층 현장에서 생리 해결
최저입찰제 따른 인건비 절감도 원인..작업 환경 개선 등 근원적 문제 해결해야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과 입주 후 '인분'이 여러 곳에서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원인으로 조선족 등 외국인 고용과 현장 근로자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에선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비용문제에서 야기되는 불법체류자 고용 등 복합적인 원인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전경.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음. ⓒ홍성완 기자

최근 신축 아파트에서 악취를 풍기는 인분이 잇따라 발견돼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성남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인분이 여기 저기 널려 있는 모습이 한 언론을 통해 고발됐고, 지난 5일에는 또 다른 성남 신축 아파트에서 예비 입주자가 집 점검을 나왔다가 싱크대 밑 하수관 옆에 인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 7월에는 경기도 화성시 신축 아파트 드레스룸 벽면에서 다량의 인분이 발견돼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인분 아파트' 문제는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부산의 한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도 다량의 인분이 발견돼 충격을 줬고, 또 다른 부산 신축 아파트에서도 입주자가 입주 전 점검에서 다량의 폐기물과 함께 인분을 발견해 관련 커뮤니티에 공유하기도 했다.

인분 아파트 문제가 잇따르면서 근본적인 원인으로 간이 화장실 부재 등 열악한 근로자 작업 환경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고층 건축물의 경우 화장실을 가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오는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 현장에서 그대로 생리 현상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시공사들은 여론이 들끓으면서 관련 문제를 근로자 교육과 철저한 현장 관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인분 아파트 사건의 근원적인 문제는 열악한 환경과 함께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건설사들의 '공사비' 절감이 낳은 예견된 문제라는 지적이다.

20년 이상의 건설업 경력을 지닌 한 대기업 관리자는 근로자 환경 개선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나, 불법체류자(이하 불체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문제는 사라질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간이 화장실을 일정 층수마다 설치하고 근로자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동의한다"면서 "화장실을 일정 층수마다 설치한다면 이 같은 일들을 어느 정도는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문제로 들어가 보면 결국 무리한 공사비 절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건설 현장의 경우 불체자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 이유는 결과적으로 최저입찰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 근로자들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이 오는 경우가 많다"며 "근골격계 질환은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고 내리고 하는 직업에서 발생한다. 건설현장의 산재 처리 현황을 보면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 이유도 이같은 작업에 의해서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택건설의 경우 내부에 알루미늄 거푸집인 '알폼'을 쓰는데, 무게가 제법 있다. 그걸 위로 올리는 작업을 하다 보면 근골격계 질환에 많이 노출된다"며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일당으로는 국내 근로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다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을 많이 쓰는데, 그 중에서 불체자들을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문제는 불체자들이 볼일을 보러 지상에 내려왔다가 불시에 점검 나온 법무부 직원에게 끌려가는 경우가 꽤 된다. 내가 직접 본 것 경우도 있고, 여러 사례들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보니 불체자들은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기 위해 위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불체자 고용은 전문 브로커도 연류되어 있다. 불체자들은 브로커에게 준 돈이 있다 보니 더더욱 안 잡히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고 설명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출입 검문에도 많은 구멍이 뚫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법무부 직원들은 지상 외에 고층 건물은 올라가서 점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 공사 현장에 대한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정부 기관들이 제대로 된 현황 파악과 관리에 미흡하다고도 추론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인분 아파트 문제는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관리 부분에서 많은 구멍이 뚫려 있다는 방증 중 하나"라며 "좀 더 면밀히 들어가면 최저입찰제의 부활로 인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불체자를 쓰지 않으면 공사 진행이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문제는 '돈'이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암암리에 불법적인 부분들을 용인해야 하고, 시공사들도 하청업체들의 이런 불법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건설업계의 현실"이라며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저입찰제를 포함한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인분 아파트 사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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