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핵을 개발하나..핵무장론 꿈틀 [뉴스+]

김희원 입력 2022. 10. 7. 06:02 수정 2022. 10. 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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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약속한 뒤 잇단 파기..핵실험 강행
1차 실험 후 11년 만에 수소탄 실험 "성공"
북핵, 협상력 높여 체제 안정 꾀하려는 목적
한국서도 "군사 균형 이뤄야"..'무장론' 부상
북한이 6일 또다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연쇄 미사일 도발과 한·미의 대응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결국엔 북한이 미국 전략자산의 위협을 빌미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핵실험이 진행된다면 이번이 일곱번째가 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위협을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까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6일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연합뉴스
◆2006년부터 6번 핵실험…수소탄 개발

북한의 첫 핵실험은 2006년 이뤄졌다. 2005년 제 4차 6자(한국·미국·일본·북한·중국·러시아)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북한은 비핵화와 비핵화 공동선언 준수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성명 이행 조건에 대해 이견이 나왔고, 미국 북한에 금융제재를 단행했다. 큰 타격을 입은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시작했으며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단행한다.

이어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했다. 1차 핵실험의 위력은 0.5kT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15kT)의 30배 이하였지만, 2차 실험 땐 규모가 3∼4kT(킬로톤)에 진입했다. 1kT는 TNT 1000t의 위력을 낸다. 같은해 9월 북한은 자체 우라늄 농축 시험 성공을 발표했으며 2010년 5월 자체 핵융합 성공을 주장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아들 김정은이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된다. 1년 뒤인 2012년 12월 북한이 인공위성 광명성 3호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3년 1월 장거리 로켓발사를 규탄하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2월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때 핵 위력은 앞선 1,2차보다 강한 6∼7kT로 추정된다. 당시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김정은이 자신의 대내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대외적으로 긴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됐다.
2012년 4월 13일 북한이 `광명성 3호' 인공위성 추진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모습. 연합뉴스
이후 북한의 핵실험엔 더욱 속도가 붙는다. 2016년 1월 4차, 9월 5차, 2017년 9월 6차 실험을 진행했다. 추정되는 핵 위력 역시 점차 강해졌는데 마지막 핵실험에선 최소 50kT에서 최대 300kT까지로 분석됐다.  북한은 6차 핵실험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이었다고 주장했다. 수소탄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사용하는 증폭핵분열탄보다 강하다.

북한은 4차 실험에서도 수소탄 실험이었다고 주장했는데, 당시엔 한미 정보당국 모두 “위력이 한참 못미친다”며 수소탄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뒀다. 하지만 6차 실험에선 “완전한 수소탄이라고 보기엔 약하다”면서도 수소탄 개발 자체는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2018년 4월 북한은 “핵개발 공정이 다 진행되어 더 이상의 핵시험이 필요없게 됐다”면서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때였다.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한은 외신과 한국 언론을 초청해 풍계리 갱도 폭파 장면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2018년 5월 25일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소형화 성공…연쇄 핵실험 나서나

물론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쇼에도 세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폐기를 믿지 않았다. 2019년 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핵시설 중 일부 시설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국내외 안보, 정보 관계자들은 북한이 핵개발과 핵무기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도화란 위력 강화와 더불어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의 탄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소형화하는 것을 말한다. 국방부는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그간 진행한 핵실험 결과에 기초해 북한의 핵기술 능력을 분석한 결과, 핵능력 고도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핵개발 완성 단계를 향해 폭주하고 있다. 지난 3월엔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상황이 위성에 포착됐다. 4월 북한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전쟁 방지 이외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으며, 국가의 ‘핵심 이익’에 침해가 있으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핵 독트린을 발표했다. 선제 핵타격이 가능하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어 지난달에는 ‘핵무력정책’ 관련 법령을 채택해 위기 시 선제 위협용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음을 법제화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4월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최근 연이은 미사일 도발 역시 7차 핵실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연쇄 핵실험을 진행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4번 갱도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새로운 작업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6월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4번 갱도 주변의 신규 공사를 포착했다고 했다.

노후한 2번 갱도와 달리 3, 4번 갱도는 한번도 실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3번 갱도에서 핵실험을 진행한 뒤 4번 갱도에서 다음 실험을 연달아 강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위협 고조에 한국도 ‘핵무장론’ 스멀스멀

2020년 기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20∼60개로 추정된다.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미국(5800개)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인 데다 북한의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대량으로 늘리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4월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북한이 이처럼 핵무기 고도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협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체제 안정을 보장받기 위함이다.  2000년대 초 김대중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서 여러차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최근 발간한 자서전 ‘다시, 평화’에서 북한의 핵개발 이유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전쟁 억제력을 갖고 미국과 협상하기 위해 핵개발을 한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재래식 무기 전력이 이미 기울어진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만이 체제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북한은 핵개발 완성과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핵 보유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나라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이다. 이밖에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자체 핵개발을 통해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실질적 핵무기 보유와 별개로 미국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길 꺼린다. 북한의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인정해야하는 데다, 이를 이유로 한국,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이 핵 개발에 나설 기미를 보일 수 있어서다.
2015년 10월 10일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는 청년들의 횃불행진이 있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청년들이 횃불로 '핵 보유국' 글자를 만드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화면. 연합뉴스
이미 한국에서도 ‘무장을 통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5일 페이스북에서 “과연 북이 고도화된 핵전력으로 미 본토 공격과 일본 본토 공격을 천명하고 우리를 핵공격 한다면 그때도 미국·일본의 확장억제 전략이 우리의 안전보장을 위해 북을 핵으로 공격할 수가 있을까”라며 “그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공격 위협에 대한 미·영의 대응 방향을 지켜보면 가늠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대북 핵전략을 전면 재검토 해야할 시점이다. 국가 안보는 입으로만 외치는 평화가 아니고 철저하게 군사 균형을 통한 무장 평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우리는 ‘결연한 대응, 긴밀한 한미공조’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게임체인저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확장억제만 믿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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