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억원 들인 한국형 예보모델, 1억원대 유럽모델보다 오차 커"

황덕현 기자 나혜윤 기자 2022. 10.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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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모델, 비 안올 때 '비 안온다' 예보 빼자 정확도 3년째 ↓
내년부터 유럽모델 완전 대체한다더니.."운영 연장 예정" 답변
지난 8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일대에 전날 쏟아진 폭우에 고립됐던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2022.8.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나혜윤 기자 = 17년간 1800억원 이상을 투여해 개발·운영 중인 기상청의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KIM)의 정확도가 각각 1억원대, 6000만원대 사용료를 내면서 쓰고 있는 영국 통합모델(UM), 유럽 중기예보센터 모델(ECMWF)보다 예측 오차가 더 크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수 정확도를 확인하는 일부 지표에서도 비 예보 정확도는 최근 3년 새 지속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600억원대의 국민 세금을 들여 세계 성능 순위 30위권의 슈퍼 컴퓨터를 2대나 도입했지만 여전히 오차가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을)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KIM의 올해 강수유무 적중률을 나타내는 임계성공지수(CSI)는 0.35으로, UM(0.38), ECMWF(0.41)보다 낮았다. 비가 오고 오지 않고를 예측하는 정확도 면에서 국산 모델 정확도가 다소간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역시 KIM의 CSI는 0.44로, UM, ECMWF가 각각 0.48, 0.4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컸다.

수치예보 모델이 생산한 자료에 기상청 예보국 분석 등이 더해진 '단기예보상 강수유무 정확도'도 최근 하향세가 나타나고 있다. 우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0.47이던 정확도는 지난해 0.43, 올해 1~8월 0.39를 기록했다.

CSI는 △강수 맞힘 △미발생 △미예측 △부의 정확(강수 예보 안 하고 비가 안 옴) 등 네 가지 평가 중 '부의 정확'을 제외하고 강수를 맞힌 비율을 산정한 값이다.

앞서 감사원은 2017년 기상청 감사에서 기상 예보 정확도를 지적하며 "강수유무 정확도(ACC)로 산정 시 '부의 정확'이 최근 5년 평균 85.4%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 외 예보가 틀려도 정확도가 하락하지 않는다"면서 CSI를 지표로 강수 예보의 정확도를 살핀 바 있다.

기상청이 줄곧 ACC를 활용하며 대외적으로 공개해왔다. ACC는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한 뒤 비가오는 것'(강수 맞힘)과 '비가 오지 않을 때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하는 것'(부의 정확)을 비율로 산정한 것이다. 기상청은 이 정확도가 90%가 넘는다고 발표해왔다.

이에 감사원은 우리나라는 장마철 등을 제외하면 비가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부의 정확'을 포함한 ACC를 발표해온 게 기상청에 유리한 지표만 내놓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임종성 당시 환노위 위원도 앞선 국감에서 "기상청에 유리한 지표만 고집하고 있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CSI와 같은 정확도도 산출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기상청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CSI를 ACC와 함께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날씨가 맑다고 예보하는 것도 예보이기 때문에 ACC를 많이 쓰고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5일 오후 11시40분경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유희동 기상청장(오른쪽 아래)으로부터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진로와 풍속 등을 화상 보고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9.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KIM 모델 구동 등에 활용 중인 슈퍼컴퓨터 성능은 선진국 기상청 중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TOP500 슈퍼컴퓨터'에 따르면 628억원 가량을 들여 충북 청주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설치한 '마루'와 '그루'는 각각 31위, 32위를 기록해 미국해양대기청(NOAA, 49위·50위)이나 ECMWF(128위·129위), 영국 기상청(207위·208위)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루와 그루는 1초에 5경1000조번 사칙연산할 수 있는 계산 성능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같은 세계 최고 장비로도 세계 유수의 예측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게 되자 기상청은 당초 '예측 모델 완전 대체' 계획을 유보한 상태다.

앞서 기상청은 2023년부터 UM을 KIM으로 완전히 대체해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기상청은 국감을 앞두고 2022년 12월 UM 운영 종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우 의원실에 "(2023년 이후에도) UM 운영을 연장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기상청은 UM 사용료로 매년 1억5000만원을, ECMWF 자료 사용료로 연간 6000만원을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KIM 모델에는 지난 10년간 788억원가량이 투입됐고, 2차 사업 기간인 2020~2026년엔 1023억원을 쓸 예정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우원식 의원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동료 위원들의 질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2.10.04/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우 의원은 "슈퍼컴퓨터 도입과 KIM모델 개발에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기상청 예보 정확도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KIM의 경우 기존 수입 모델을 사용하던 것에 비해 개발 및 사용료가 연간 수십억원을 더 투입되는데도 오차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사업이 국내특성에 맞는 날씨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업은 맞지만 현업 모델로 투입된 이후에도 오차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부분을 개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CSI 점수 하락엔 초여름까지 지속된 가뭄과 여름철 이례적 폭우, 가을철 갑작스럽게 발생한 태풍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상 현상들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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