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안익수호 쌍끌이 스트레스 나상호, 기성용이 내세운 '믿음론'

이성필 기자 2022. 10. 7. 05: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FC서울 주장 나상호는 대구FC와의 FA컵 4강전에서 극장골을 터뜨렸다. ⓒFC서울
▲ 스트레스와 싸우고 있는 나상호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알을 깨고 나와야 큰 선수가 된다."

다수 지도자를 만나 유망주나 경기력이 괜찮은데 약간의 기복이 있는 선수의 상태에 관해 물으면 교과서처럼 나오는 대답이 있다. 알을 깨고 나오라는, 한마디로 스스로 자기 한계를 넘어야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다는 뜻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기성용(33)은 나상호(26, 이상 FC서울)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상호는 올해 기성용이 주장 완장을 갑자기 내려놓으면서 주장을 이어받았다.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구단의 주장 완장 무게는 정말 무겁고 과거 선수단 버스를 막고 항의할 정도의 뜨거운 팬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부담은 상당하다.

게다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단골이다. 2018년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렸던 호주와의 친선경기가 데뷔전이었다. 벤투 감독이 오랜 시간 봐왔으니 신뢰하며 선발한 나상호다. 그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 기여해 병역 면제 혜택도 얻어 한결 자유로운 몸이다.

하지만,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일본전에서 나쁜 경기력을 보여주며 0-3 완패를 새겼다. 2019년 FC도쿄(일본)에서 뛰며 25경기 2골로 나름 한국 밖을 경험했던 '해외파' 이력은 다 지워졌다. 기존 '완전체' 대표팀에서 나상호의 포지션 경쟁자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턴), 이재성(마인츠05), 정우영(SC프라이부르크) 등 유럽파에 권창훈(김천 상무), 엄원상(울산 현대) 등 다양하다.

나상호의 장점은 시원시원한 돌파와 끝까지 뛰어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코스타리카전 손흥민의 프리킥 골도 나상호가 끝까지 골키퍼를 압박해 핸드볼 파울에 따른 퇴장을 만들며 생긴 결과였다.

▲ 벤투호에서는 자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찬사와 비판 사이에 있다. ⓒ곽혜미 기자

5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의 2022 하나은행 FA컵 4강전도 나상호의 진가가 나온 경기였다. 후반 종료 직전 마지막 빠른 역습에서 수비수를 달고 거침없이 상대 진영으로 들어가 극장골을 창조하며 서울에 결승 진출 티켓을 선물했다.

하지만, 드리블이 길면 상대의 수비에 막히는 경우도 다반사다. 현실적으로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손흥민-이재성-황희찬으로 구성된 공격 2선이 공고하다고 가정하면 나상호는 후반 흐름을 바꿀 조커 등장이 가장 유력하다. 조커는 침착하면서 경기 템포에 자신의 몸을 빨리 녹여야 한다. 그만큼 주목하는 눈도 많고 부담도 크다.

2010 남아공,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월드컵 3회 출전 경력의 기성용은 나상호에 대한 냉철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나)상호의 경우 스스로 더 실력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벤투호에서 좋은 활약을 하지 않았나. 벤투 감독 입장에서 무언가 있기 때문에 선수를 쓰는 것이라 본다. 정말 그 선수에 대해 믿음, 실력이 없다면 절대로 쓸 수 없다"라며 후배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벤투 감독과 사실상 한배를 탄 나상호다. 기성용은 "벤투호 초기부터 좋은 활약을 했고 지금은 약간 스스로 부담을 갖는 것 같다. 골이 안 터지니 그런 모양이다. 월드컵도 가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상호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라며 비판과 찬사가 혼재하는 나상호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은 실력과 성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인 나상호다. 서울 입장에서 본다면 주장으로 선수단 인화 단결과 함께 K리그1 잔류, FA컵 우승을 통한 다음 시즌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만들어야 하고 A대표팀에서는 꾸준한 활약으로 비난의 화살을 부러트려야 한다. 서울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팀 성적이 본인 뜻대도 되지 않고 대표팀에서의 경기력으로 비난이 겹치면서 마음 고생이 큰 것 같더라. 그래서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모두 겪어봤던 기성용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있지 않나. 본인이 더 부담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구전) 골을 넣었다. 본인에게도 정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상호가 말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라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텐데 대구전을 통해 어려움을 다 흘려보내기를 바란다"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여름에 열렸던 월드컵이 겨울에 열리면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나상호다. 최종 명단 선발 여부를 알기 어렵지만, 된다고 생각하면 체력 관리와 심리 무장이 달라야 한다. 기성용도 "소속팀만 중요한 게 아니고 월드컵이라는, 국가에 중요한 목표가 있다. 본인이 둘 다 신경을 잘 써서 부상 없이 대표팀에 가서 잘했으면 한다"라며 서울 주장의 힘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안익수 서울 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상호의 위치가 국가대표라서 그렇다. 즐겨야 한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국가대표) 스트레스 아닌가"라며 '프로'의 자세로 주어진 책임을 극복하는 대범한 마음을 가지기를 기대했다.

나상호도 강력한 반전을 다짐했다. 대구전 골을 되짚으며 "이런 골이 FA컵 한 번이 아니라 (대표팀은 물론) 리그에서도 나와야 한다"라며 "주변에서 경기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인 노력은 많이 하고 있다. 실망스럽기도 하나, 이겨내는 것은 제 자신이다"라고 무한 반복 훈련으로 이겨내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