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등 줄줄이 인상..농촌경제 허리 '휘청'

서륜 2022. 10. 7.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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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2만㎾h 전기 사용 농가104만원 → 148만원 급등 예상
DSC·도축장 등 농업기반시설비용부담 가중 경영악화 우려
추가 인상 예고에 겨울 두려워
“농민 사면초가…특단 대책을”
 

전북 정읍 신태인농협 청결고춧가루가공공장에서 박성철 가공사업소장(오른쪽)이 직원과 함께 저온저장고와 가공설비 등을 둘러보며 전기 사용량을 점검하고 있다.


올들어 계속되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 충격이 농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농가는 물론이고 미곡종합처리장(RPC)이나 벼 건조저장시설(DSC), 도축장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산지 농업기반시설은 급등한 요금 탓에 경영이 휘청이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농업계 어려움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1일부터 전기요금이 1㎾h(킬로와트시)당 7.4원 올랐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10월 인상이 이미 예고됐던 기준연료비 인상분 4.9원에 이번에 인상된 2.5원을 더해 총 7.4원이 오른 것이다.

4월부터는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1㎾h당 각각 4.9원과 2원 올랐고, 7월1일부터 연료비조정요금도 5원 인상됐다. 이처럼 1년 내내 인상이 이어지면서 농가나 산지 농업기반시설들이 체감하는 전기요금 인상폭은 감내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한달에 약 2만㎾h의 전기(농사용 을)를 사용하는 배농가 임재석씨(49·충남 천안)는 전기요금 인상이 시작되기 전인 3월 요금을 104만원가량 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한 10월에는 같은 양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약 148만원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려 40%를 웃도는 인상률이다.

임씨는 “올해 사용한 면세유 등 각종 농자재 가격을 따져보니 25∼30%나 올라 수지 맞추기가 너무 어려운데 전기요금까지 크게 올라 앞으로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 김제시 성덕면에서 1만1570㎡(3500평) 규모 시설하우스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최기창씨(40)는 “겨울철 전기로 하우스 난방을 하는데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억4353만원의 요금을 납부했다”며 “이는 재작년에 비해 4000만원 이상 오른 금액이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생산비의 많은 부분을 전기요금이 차지하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아주 부담스럽고 다가오는 겨울이 두려울 지경”이라고 걱정했다.

농업기반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북지역 한 DSC는 지난해 10월 연중 가장 많은 14만9364㎾h의 전기를 사용했다. 한국전력 누리집의 전기요금 계산기를 이용하면 월 요금이 766만9670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10월 예상 요금은 1076만5992원에 이른다. 결국 DSC는 지난해 10월에 견줘 40% 급증한 전기요금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 RPC와 DSC는 쌀값 하락으로 인해 역대 최대급 적자가 예상되는 등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전기요금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경영은 한층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읍 신태인농협 청결고춧가루가공공장 저온저장고의 경우 지난해 11월에는 전기요금이 57만5266원 나왔으나 올해에는 40% 상승한 80만7926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성철 고춧가루가공사업소장은 “내년에 고춧가루 건조시설을 설치할 계획인데 전기요금이 너무 올라 공장 운영이 힘들어질 수 있어 재검토 중”이라며 “인건비·물류비 등 안 오른 게 없는데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이해해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업기반시설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축장도 전기요금 인상 충격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특히 도축장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는 10월부터 요금이 1㎾h당 최대 11.7원 올랐다.

대전충남양돈농협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의 경우 평소 사용하는 만큼 전기(약 320만㎾h)를 쓰면 올 10월 3억3160만원의 요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이 오르기 전이라면 2억7740만원가량이었다. 인상률이 19.5%에 달하는 셈이다.

게다가 도축장은 가스요금 인상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가스요금도 10월부터 주택용은 1MJ(메가줄)당 16.99원에서 19.69원으로 15.9%, 일반용(영업용1)은 16.59원에서 19.32원으로 16.4%나 인상됐다.

노승만 대전충남양돈농협 본부장은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한달에 가스요금으로 1억원가량을 내고 있는데 요금이 크게 올라 경영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라며 “2024년 종료되는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조치 연장은 물론 도축장에도 농사용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철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장은 “비료·농약·인건비·유류대 등 오르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전기료까지 인상되니 농민들은 사면초가”라며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는 현재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구조가 고착화했다고 보는 게 정부의 시각이라는 점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점치게 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국민적 노력과 함께 경제·산업 전반을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해야 할 때”라며 단계적인 요금 인상 추진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농가와 농업기반시설들의 전기요금 부담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천안=서륜, 김제·정읍=박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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