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향긋한 韓 와인..국가대표 소믈리에도 반했다

김기정 2022. 10. 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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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한국와인대상 품평회
포도·복숭아·자두·사과
전국 각지 179종 과실주
소믈리에들이 맛보며 평가
대상 받은 '샤토미소 복숭아'
균형감에 독특한 솔잎향 호평
한국 국가대표 왕중왕전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SPC그룹의 안중민 소믈리에가 지난달 30일 충북 영동군 영동와인터널에 열린 제9회 한국와인대상 품평회에서 와인 향을 맡아보고 있다. [김기정 기자]
지난달 30일 SPC그룹의 안중민 소믈리에는 충북 영동으로 향했다. 안 소믈리에는 최근 열린 한국 국가대표 왕중왕전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국보급 소믈리에다. 그는 2023년 2월 프랑스 파리와 샹파뉴에서 열리는 세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다.

안 소믈리에가 충북 영동에 간 이유는 한국에서 생산된 와인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날 영동와인터널에선 충북 영동군(군수 정영철)이 주최하고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회장 고재윤)가 주관한 '2022년 제9회 한국와인대상' 품평회가 열렸다.

품평회에는 조현철(라빈리커스토어, 2022년 왕중왕전 준우승), 김협(NCS인재개발원장, 2010년 소믈리에경기대회 우승), 노태정(현대백화점, 2018년 왕중왕전 3위), 양대훈(바81, 2016년 소믈리에경기대회 준우승), 최윤진(비노진, 2008년 소믈리에경기대회 3위), 김용준(솜픽와인, 2017년 한국와인 소믈리에경기대회 우승), 최정원(여수 유탑마리나호텔, 2019년 한국와인 소믈리에경기대회 우승), 유병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수석부회장 등 쟁쟁한 국가대표급 소믈리에들이 심사위원을 맡아 한국에서 생산된 와인 179종을 평가했다.

이 중 17종이 결선에 올랐다. 기자도 2022년 아시아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 자격으로 결선에 오른 17종의 한국산 와인을 평가했다.

평가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된다. 와인 라벨을 모두 가린 채 맛, 향, 색깔 등을 기준으로 채점이 이뤄지면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한 나머지 점수로 평균을 내 순위를 가린다.

한국산 와인 품평회에는 '포도' 외에도 복숭아, 자두, 산머루, 블루베리, 오미자, 사과, 감, 참다래 등 국내 농가에서 재배한 다양한 과실로 만든 주류가 다수 출품됐다. 한국 와인은 지역 특산주로서 전통주에 속하므로,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배송받을 수 있다.

유병호 부회장은 "좁은 의미로 '와인'은 포도로 만든 것을 뜻하지만, 한국 와인은 보다 넓은 의미에서 다양한 과실주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9회 한국와인대상 품평회에서 소믈리에들이 한국산 와인 179종을 평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이날 결선에서 1위에 오른 와인도 충북 영동 도란원에서 만든 '샤토미소 복숭아 2019년'이 차지했다. 1등 와인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인 '다이아몬드상'을 받게 된다.

샤토미소 복숭아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노태정 소믈리에는 "복숭아 와인의 정점이라 생각한다"면서 "향과 맛, 여운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기자도 샤토미소 복숭아에 최고점을 줬다. 화이트와인의 균형감이 잘 잡혀 있었고, 복숭아 씨앗에서 맛볼 수 있는 쌉쌀함이 독특한 개성으로 다가왔다. 특히 솔향과도 같은 풍미가 다른 와인과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기자는 4년 전에도 한국산 와인 품평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 한국산 와인은 그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와인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도 작용했지만 한국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들 실력이 몰라보게 많이 좋아졌다.

일반 와인 소비자들은 아직 한국에서 와인이 생산되는지도 잘 모른다. 이 때문에 한국 와인 생산업자들은 각종 전시회 등을 통해 한국산 와인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올해만 해도 코엑스에서 열린 '바&스피릿쇼'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등에 다수의 한국 와인이 출품됐다. 또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 와인 페스티벌에선 사과로 만든 와인인 충남 예산의 '추사 애플와인'이 참석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한국산 와인의 한 특징인 '달달함'이다. 이는 한국 와인 소비자들이 유독 드라이한 와인보다는 단 와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게 소믈리에들 분석이다. 와인을 만드는 농가 입장에선 소비자들 입맛에 맞는 와인을 만들 수밖에 없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단 와인보다는 드라이한 와인을 선호한다. 본선에 오른 17종의 한국산 와인 중 일부는 '디저트 와인'에 속할 정도로 당도가 높았다. 과거 한국산 와인 품평회를 통해 '스타'로 떠오른 와인도 있다.

4년 전 한국 와인 품평회에서 마셨던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청수' 화이트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화이트에 견줄 정도로 맛이 좋았다. 경기 안산 대부도의 그랑꼬또 와이너리에서 만든 청수 화이트와인은 한국 와인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경북 문경에서 오미자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결'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만찬 테이블에 올라 이름을 알렸다.

한국 와인은 한국 소믈리에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한국 와인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한국산 와인 보급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소믈리에가 현대백화점의 노태정이다. 그는 전 직장인 비채나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부터 한국산 와인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노 소믈리에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보면 외국 손님들이 한국산 와인을 찾는 경우가 있다"면서 "한국 와인 품질이 결국은 한국 와인 업계의 수준을 결정짓는 한 척도"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소믈리에가 바쁜 시간을 쪼개 한국산 와인 품평회에 참석하는 이유다.

[영동 =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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