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흥분이 거리에 출렁인다.. 가을 공연 축제가 왔다 [박병성의 공연한 오후]

2022. 10. 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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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2022 웰컴 대학로' 축제가 개막한 지난달 24일 조성희아하댄스씨어터가 차량이 통제된 대학로 도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난달 24일 차량이 통제된 서울 대학로 일대 6차선 거리 전체가 무대와 객석으로 변했다. '2022 웰컴 대학로' 축제 개막식이 벌어지는 날이었다. 6차선 대로를 퍼레이드의 무대로, 그리고 도로 양 끝의 보도는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객석으로 삼아 대학로가 축제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숱하게 대학로를 오갔지만 이날만큼은 대학로에 발을 딛는 순간 가슴에 작은 박동이 서서히 울리는 것을 느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신명이 올라오고 발걸음은 덩달아 가벼웠다. 수만 명 인파가 모인 대학로 거리는 일상적 풍경에서 벗어나 건전한 일탈이 벌어지는 해방의 공간이 됐다. 어두운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의 설렘이나 떨림과는 또 다른 축제의 강렬한 흥분이 대학로 거리에 출렁였다.

'2022 웰컴 대학로' 축제가 개막한 지난달 24일 개막식 무대 행사로 현대무용단 리케이댄스와 배우 박정자씨가 함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축제는 제의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원시 조상들은 추운 겨울이 가고 땅의 훈기가 서서히 올라올 때 자연의 변화에 감사하고 풍요로운 한 해를 맞기 위해 제의를 올렸으며,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신에게 감사를 드리고자 제의를 드렸다. 고대 로마 시대 카니발은 봄날 농신제의 풍요를 기원하는 전통에서 시작된 것이다. 행복과 풍요를 비는 마음이 모여 신에게 드리는 광란의 파티가 오늘날의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현대의 축제는 공감과 참여 그리고 일탈의 형태로 많은 사람들을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대규모의 집단적 교감에서 오는 쾌감은 가히 광적이고 종교적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특히 올해 펼쳐지는 가을 축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대로 된 축제를 열지 못한 갈증 때문인지 유독 더 열정적이고 뜨거웠다.

1~3일 열린 원주 다이내믹댄싱카니발 무대에서 한 경연 참가팀이 입장하고 있다. 박병성 객원기자 제공

대표적 국내 공연 축제 중 하나인 원주 다이내믹댄싱카니발(이하 댄싱카니발) 역시 올해는 3년 만에 전면 대면 행사로 축제를 올렸다. 6일간 경연을 벌이던 2019년 행사에 비해 올해는 3일간의 경연으로 규모는 줄었지만 축제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때아닌 가을비가 강하게 내려 주최 측의 우려를 자아냈지만 참가 단체와 관객은 거센 빗속에서 큰 동요 없이 축제의 열기를 불태웠다. 거센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달 준비한 공연을 멋지게 선보인 참가자들도 놀랍지만 우비를 입고서도 자리를 뜨지 않는 관객들 역시 놀라웠다. 한창 달구어진 쇠가 쉽게 식지 않듯 한번 타오른 축제의 열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댄싱카니발은 축제의 강렬한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축제다. 일단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축제의 주 무대인 폭 15m, 길이 100m가 넘는 퍼레이드 무대에 이틀간 국내외 56개 팀이 올랐다. 무대 참가자만 3,000여 명에 이르렀고 이를 관람한 관객은 수만 명에 이른다. 30여 명이 팀을 이뤄 펼치는 퍼레이드 퍼포먼스는 장관이었다. 더욱이 이 팀들 중 상당수가 지역의 아마추어 팀이었다. 지역 향교 유학자들이 제의를 시연했고, 지역 동호회 연합 팀이 힙한 댄스 퍼포먼스를, 65세 이상의 팀원들로만 구성된 댄스 팀이 나와 앙증맞은 치어리딩을 선보이기도 했다. 프로 팀의 노련한 군무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조금은 서툴지만 열심히 준비해 축제를 즐기는 아마추어 참가자들의 열정이 감동적이었다.

댄싱카니발은 관객의 참여, 소통 그리고 집단적 공감이 있는 축제였다. 소위 '축제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축제의 근본이 무엇인지 댄싱카니발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전국을 축제로 만들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환호처럼 원주의 따뚜공연장 일대는 집단적 흥과 참여의 기쁨이 넘쳤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향해 가는 올가을 유독 전국적으로 많은 공연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글의 서두에 소개했던 웰컴 대학로(30일까지)는 본공연과 더불어 주말마다 대학로 인근 거리에서 프린지 페스티벌(29일까지)이 펼쳐진다. K팝을 비롯해 음식·뷰티·패션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한국문화축제’(8일까지), 아름다운 고궁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즐길 수 있는 ‘2022 가을 궁중문화축전’(9일까지), 국내외 공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 공연 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30일까지)도 매일 밤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 밖으로 눈을 돌리면 백제문화제(10일까지), 제주 세계유산축제(16일까지) 등 청명한 가을을 맞아 펼쳐지는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 축제들이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올가을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집단적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문화 축제에 빠져 볼 것을 권한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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