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030] 벤투의 뚝심이 성공하길 바라며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은 끝내 이강인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이강인이 올 시즌 부족한 수비력을 향상시키면서 시작됐다. 일취월장한 이강인은 스페인 소속 팀에서 맹활약했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강인을 써야 한다고 연일 부르짖었다.
결국 벤투 감독이 9월 평가전 2연전에 이강인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면서 한 수 접는가 했는데, 결국 벤치만 달구게 했다. 6만여 관중이 ‘이강인’을 연호해도 꿈쩍도 안 했다. 벤투 감독은 쏟아지는 질문에 기계처럼 답했다. “우리 팀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분석해 내린 결정입니다. 선수 개인에 대한 질문은 삼가주십시오.”
벤투 감독의 고집불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부러 대세에 반하는 반골처럼 보일 정도다. 지휘봉을 잡은 약 4년 2개월 동안 여론에 굴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벤투 감독은 본인이 꾸린 코치진과 선수단 내부 인사의 의견은 최대한 존중하지만, 그 외에는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덕분에 늘 언론의 표적으로 지냈다. 초반에는 “아시아 축구를 모른다”고 비판받았다. 2~3년째엔 “본인 축구 철학에 지나치게 집착한다”고 했다. 요즘은 그냥 “고집이 너무 세다”고 한다. 이런 탓인지 벤투 감독은 한국 매체의 기사를 자주 읽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부임 당시 57위였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10월 기준 28위까지 끌어올렸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무난하게 성공했다. 가장 큰 성과는 그가 한국에 정착시킨 ‘빌드업 축구’다. 한국 축구는 중요한 경기 때마다 고질적인 ‘뻥 축구’를 했다. 후방에서 일단 공을 상대 골대 앞으로 길게 보내 결판을 보는 전술이다. 나쁘게 말하면 경기 결과를 운에 거는 것이다. 때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지만, 경기 종료 10분 전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뻥’ 탓에 이겨도 개운하지 못했다.
반면 ‘빌드업 축구’는 수비진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전진한다. 중간에 가로채기 당하기 일쑤여서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강팀을 상대로는 수비 위주인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지만, 벤투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아무리 위기여도 천천히 전개하는 차분한 공격이 뿌리를 내렸다. 이제 한국 축구도 운에 기대지 않고 시스템으로 승부한다. 사람의 체질이 그렇듯, 팀 색깔을 바꾸기도 어려운 일이다.
이런 성과가 알려지지 않은 건, 화려한 수사로 본인을 내세우지 않는 성격이 한몫했다. ‘최선을 다할 뿐’ ‘더 나아지겠다’는 이야기를 투박한 포르투갈어 억양의 영어로 또박또박 말할 뿐이다. 예전에도 한결같았다. 2010년 포르투갈 감독을 맡았을 때, 기자들은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맺은 관계나 일화에 대해 수시로 물었다. 이목을 끌 기회였는데도 벤투 감독은 “선수 개인이 아닌 팀에 대해 물어봐 달라”고 일축했다.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카타르 월드컵을 마친 뒤 벤투 감독이 금의환향할지는 의문이다. 만약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둔다면 헐거운 수비 탓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의 뚝심이 한국도 운에 맡기지 않는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뚝심의 마무리가 성공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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