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하면서도 솔직하고 싶은 욕망..홍시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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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가진 얼룩말이 빨간 화병 정중앙에서 관람객을 응시한다.
얼룩말은 자신을 숨기려 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무대로 나와 타자들에게 자신의 온 몸을 드러내고 싶은 듯하다.
주변에 숨어있는 얼룩말은 마치 생존을 위해 보호색을 뒤집어쓰고 늘 자신을 다른 존재로 속이고 위장하거나 은폐해야 하는 숙명을, 정중앙에서 관람객과 눈을 마주치는 얼룩말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은 내면의 욕망을 표현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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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가진 얼룩말이 빨간 화병 정중앙에서 관람객을 응시한다. 얼룩말은 자신을 숨기려 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무대로 나와 타자들에게 자신의 온 몸을 드러내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그림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내 주변에서는 숨어있는 또 다른 얼룩말들의 일부를 찾아낼 수 있다. 울긋불긋 꽃밭 속에서도 용케 숨어있는 얼룩말을 찾아내게 하면서, 숨바꼭질하듯 관람객을 작품 속으로 유인한다. 주변에 숨어있는 얼룩말은 마치 생존을 위해 보호색을 뒤집어쓰고 늘 자신을 다른 존재로 속이고 위장하거나 은폐해야 하는 숙명을, 정중앙에서 관람객과 눈을 마주치는 얼룩말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은 내면의 욕망을 표현하는 듯하다.
작가노트에서 그는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기억하고 잊혀지는 관계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삶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위장을 하며 가식적인 삶을 살기도 한다.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솔직한 자아를 찾고 싶은 본능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숨 가쁜 현대 사회에 적응하다 보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과장된 몸짓과 경직된 무표정을 만들어내야 하고, 본의 아니게 상반된 표정을 지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휘둘리며 살아가는 순간마다 자신의 참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했다.
전시 평론을 쓴 이도규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는 “홍시연의 작업은 살아나가면서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일상의 행동이나 태도, 습관 등과 사회적인 관계에서 파생하는 다양한 특성과의 연관성에 대한 사색에서부터 출발”해 “현대 사회에서 내면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홍시연의 그림에 나타나는 얼룩말과 사람, 다양한 이미지들의 어우러짐에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충돌하고 있는 내면이 숨겨져 있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풍경을 꾸미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은폐하며 살아가는 삶 속에서도 자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고 그렇게 그는 자신의 모습을 진솔하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자신을 확증시켜 나가고 있다”고 평한다.
10월19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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