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오비이락일까 유착일까

서동철 2022. 10. 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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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서는 아직 감사할 내용이 없습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감사'와 '표적감사'를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지자 감사원의 한 직원이 푸념 섞어 건넨 말이다.

감사원의 주요 임무는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이다. 감사원 직원이 감사를 나가 성과를 내려면 해당 기관의 잘못된 예산 집행이나 비위를 발견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헛수고다. 특히 감사에 대한 공무원의 징계 시효가 3년이라 그 이전 일은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약 5개월이 흘렀으니 감사원에서 성과를 내려면 자연스럽게 칼날이 전임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일 처리가 깔끔하지 않다면 오해가 생기고 감사 과정에서 감사를 받는 쪽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감사원 특별감사를 받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감사원의 법적 문제 10가지를 지적했다. 전 위원장의 지적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고 그가 고소하겠다고 했으니 법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이겠지만, 변호사 출신인 전 위원장의 눈에는 현장에서 감사하는 직원들의 업무 처리에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이긴 했던 것이다.

야권은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시도하자 이를 표적·정치감사로 공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문자를 보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신이다. 이 수석이 물어 유 사무총장이 답했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감사원은 그런 일상적 대화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 중립적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번 문자는 대통령실과 감사원이 상시로 특정 사안을 의논해온 건 아닌가 하는 의혹에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유 사무총장과 함께 일했던 상사에게 그에 대한 평가를 묻자 잠시 침묵하다 "시키는 건 잘하는 편이지요"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시키는 일' 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정치부 = 서동철 기자 sdchao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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