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교육부 장관 후보께
그러나 교육부가 단번에 변화될 리가 만무하다.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법률 제1호로 정부조직법이 재정된 이후 50차례 개정됐지만 단 한 번도 교육 통제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세계 어디와도 비교될 수 없는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일률적인 입시정책으로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해온 교육부는 14년 동안 동결된 등록금으로 재정적으로 고사 직전에 처해 있는 대학을 평가와 연계한 재정 지원으로 길들여 왔다. 여전히 국립·사립 모든 대학의 포괄적인 지도는 교육부 장관 권한이며, 대학의 시시콜콜한 운영도 교육부 인가를 받는다.
이 후보자의 대학 혁신은 결국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이 전면적으로 개편돼야 가능한데, 거대 야당하에서는 요원해 보인다. 등록금 인상 역시 학부모, 경제 부처, 국회, 시민단체 어느 곳에서도 반기지 않는다. 오죽하면 여야가 유일하게 의견 일치를 보는 정책이 등록금 동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까.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크고 과감한 해법은 통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우수 대학을 육성해야 하는데 수도권과 지역 대학 간의 균형도 고려해야 하고,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해야 하는데 입시는 공정해야 하고, 전공에 따른 차별은 없어야 하는데 반도체 인력은 부족하고 이것저것 종합적으로 따져야 할 것이 혼재해 있다. 온 국민이 대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어떤 문제든 쉽게 한 방에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부디 작은 규제와 간접적인 통제부터 차근차근 풀기 바란다. 선별지원 목적의 평가는 폐지하고 일상적인 대학 학사의 자율부터 시작해 대학이 스스로 할 일을 찾게 해야 한다. 아직 우리 대학의 역량과 의지가 없어서 작은 자율화조차 위험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그런 논리라면 우리 기업도, 우리 지역도, 우리 문화도 '역량과 의지가 없어서' 자율을 보장받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최고의 반도체 기업도, 민주적인 지방자치도, 가슴 뿌듯한 한류도 없었을 것이다. 유독 대학만은 여전히 철저한 규제의 섬으로 남아 있다.
정책부서로 변화될 교육부는 온택트 시대를 거쳐 고령화로 급변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평생교육의 밑그림을 책임지게 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육 시스템 구축이 실현되고, 온·오프라인 경계를 극복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고등교육 문이 열리게 된다. 아무쪼록 장관 맞춤형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학지원사업'이 등장해 또다시 대학이 평가 보고서에 매달리는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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