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방통위의 언론자유 침해 사례들 [사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방통위는 2017년 지상파 방송 4개사(KBS·MBC·SBS·EBS)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조건과 권고조항을 총 122건, 2020년 심사에선 107건을 내걸었다. 박근혜 정부의 재허가 심사 때보다 60%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 중에는 문 정부의 핵심과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확대' 방안을 이행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종합편성채널 4개사(MBN·TV조선·채널A·JTBC)도 비슷하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종편4사에 요청한 조건·권고사항은 31건인 반면 2020년 문 정부 때 제시된 조건·권고사항은 72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한 종편은 내부위원회에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는 외부인사를 포함하도록 권고받았고, 일부 종편은 간부 임명 시 종사자 의견을 반영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받았다.
이처럼 방통위가 언론사 인사·사업까지 개입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경영 간섭이다. 행정기본법 17조에는 '부관(조건·권고)은 해당 처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 범위 내'로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방통위가 이런 법적 근거를 무시한 채 과도한 조건·권고를 남발한 것은 사실상 민간 방송마저 통제하려는 속셈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감에선 "방통위가 일부 종편 재심사 때 불이익 결론을 내려놓고 점수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방통위는 "투명하게 심사했다"고 했지만 정황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약하다.
언론자유가 침해되면 민주주의도 위험해진다. 지난달 세계신문협회(WAN-IFRA) 주최로 열린 제73회 '월드뉴스미디어총회 2022(WNMC22)'에서 '자유의 골든펜'을 수상한 폴란드 가제타비보르차신문 편집국장이 "권위주의 정권의 언론자유 억압에 맞서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파적 이익을 위한 언론 겁박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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