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트남보다도 위기 징후 크다는 경고,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국의 경제 위기가 베트남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징후지표를 활용해 아시아 24개국 경제 위기 수준을 진단한 결과인데 흘려들어선 안 되는 경고음이다. 한국은 8개 평가 항목 중에 물가와 정부부채, 민간부채 등 3개 부문이 위기의 기준선을 넘었다. 물가상승률은 최근 3개월 평균이 6%에 달했고 민간부채 비율과 정부부채 비율도 각각 173.6%와 52%로 위기 기준선을 넘었다. 이에 비해 실물경제가 상대적으로 건실한 대만과 인도네시아는 위기지표가 각각 1개, 베트남은 2개에 불과했다. 경제 위기가 임박했는데도 정부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굉장히 복합 경제 위기이고 대외 영향이 큰 데다 환율도 오르고 있어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외건전성 측면이나 실물경제 상황이 (외환위기 때와) 판이하다"고 진단했다. 외환보유액이 여유가 있고 단기외채비율도 낮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인데 안이한 인식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외환당국이 '킹달러'를 방어하느라 달러를 소진하며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196억달러 감소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6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고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대외건전성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에 보조를 맞춰 우리도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미 경고 단계에 진입한 민간부채와 정부부채에 비상이 걸린다. 민간부채의 주축인 가계부채는 19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려도 매출 1000대 제조기업의 50%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조사도 있다. 위기징후가 뻔히 보이는 만큼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아직 위기가 아니라는 말만 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위기를 차단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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