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엽의고전나들이] 글이구 뭣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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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셋이 길을 가다가 메추리 한 마리를 잡았다.
메추리란 게 워낙 작아서 한 사람이 먹기도 모자랄 판이니 셋 다 먹겠다고 덤볐다가는 입맛만 다시고 말 참이었다.
마침 두 사람은 글을 잘하는 사람이었고 한 사람은 까막눈이었다.
까막눈은 눈앞의 메추리를 날름 먹어치웠고, 유식한 두 사람은 멍하니 보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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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시를 짓자고 한 것도 아니고, 운자를 세 자 맞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여 지어낸 국문시였다. 까막눈은 눈앞의 메추리를 날름 먹어치웠고, 유식한 두 사람은 멍하니 보는 수밖에 없었다. 민담을 향유하는 계층은 대체로 식자층이 아니었을 터여서 이 이야기에는 식자층에 대한 반감이 들어 있다. 글 좀 짓네 하면서 거드름을 피우며 글 못하는 사람 타박이나 하는 데 싫증을 넘어 넌덜머리가 났을 것이다. 특히 실용성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일을 공부라고 하면서 세상 모든 일을 훤히 아는 듯이 유세하던 꼴을 묵묵히 받아넘기는 데 한계가 왔는지도 모른다. 이상한 일이지만 무언가 없는 사람 앞에만 서면 있다는 사람들의 허세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돈 없는 사람 앞에서는 돈 자랑하기 일쑤이고, 가방끈 짧아 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쓰지 않던 외국어를 남발하곤 한다.
남들이 저만 못한 것이 이미 드러났다면 구태여 그것으로 경쟁하여 승수를 쌓아보겠다는 심사가 고약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딱하기 그지없다. 저보다 나은 사람 앞에서는 오금도 못 펼 처지가 훤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보다 못한 사람 앞에 공연히 으스대지 말라고 경계하는 한편으로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이 글을 못한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공들여 공부한 시작법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헛것으로 치부하는 무지와 만용 말이다. 세상만사를 쓸모 하나만으로 재단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알 수 있는 쓸모를 넘어서는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떵떵거리는 배짱에 있다.
이강엽 대구교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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