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범죄 특성 따라 인권 무게중심 기준 세워야

2022. 10. 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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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이 증거의 왕이던 시절, 국가는 자백을 얻기 위해 온갖 고문과 회유를 동원했다.

고통을 못 이긴 사람들이 자백이라는 이름으로 영혼을 내주었다.

특히, 스토킹이나 아동 성(性)기호증, 아동학대, 가정폭력과 같은 유형의 범죄에서는 피해자 인권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범죄별로 특성을 분석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권 중 어느 곳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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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이 증거의 왕이던 시절, 국가는 자백을 얻기 위해 온갖 고문과 회유를 동원했다. 고통을 못 이긴 사람들이 자백이라는 이름으로 영혼을 내주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순간적인 고통에서는 해방되었지만 대신 법의 이름 앞에 목숨을 내어놓거나 자유를 박탈당해야 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도 많았지만, 자백 앞에 그들의 외침은 한없이 무력하기만 했다.

근대 이후 인간의 이성이 깨어나면서 형사소송법도 비로소 제 몫을 하기 시작했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구속기한이 생겼고, 다른 증거 없이 자백만으로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조치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누명을 벗겨주었음은 물론이다. 현재까지도 그 역할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수원역 노숙인 살해사건, 삼례 나라 슈퍼 살인사건 등이 대표적인 증거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변호사
최근 지하철 역무원이 동료에 의해 목숨을 잃은 가슴 아픈 사건이 벌어졌다.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나머지 동료를 살해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결과를 미리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스토킹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가해자를 신고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를 토대로 검찰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다시는 범행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의 인권 보장’,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에 비추어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특별했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한 대신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아간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직도 형사소송의 역사에서 피해자의 위치는 국외자의 지위에 머물러 있다. 피해자의 법정 진술권, 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 등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것 역시 피해자를 주도적인 위치로 올려놓지는 못한다. 국가가 질서유지를 위해 가해자를 처벌한다는 생각이 형사소송의 기본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권 보장을 위한 형사소송법의 역할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범죄의 대상이 된 피해자별로 구체화해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특히, 스토킹이나 아동 성(性)기호증, 아동학대, 가정폭력과 같은 유형의 범죄에서는 피해자 인권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다시는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다짐은 지킬 수 없는 공허한 다짐이다. 작게는 집착, 크게는 편집과 같은 상태가 스스로에 대한 제어를 어렵게 한다.

또 이런 범죄들은 피해자의 힘이 약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노동력이 경제력이던 시절, 가족은 가장의 소유물이었다. 힘이 약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런 관념이 조금이지만 남아 있어 보인다. 가해자보다 피해자 보호를 우선할 필요가 있는 영역인 것이다.

뒤늦게 경찰, 검찰, 법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본질적으로 해결할 특별한 대책이 있었다면 벌써 시행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물론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범죄별로 특성을 분석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권 중 어느 곳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그것만이 본질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는 해결책이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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