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밥상 흔드는 식량 위기, 간척지서 답을 찾다

2022. 10. 6. 23:5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유럽의 유례없는 가뭄과 국지적 홍수로 곡물 생산은 급감하고 수출입이 축소됐다.

우리나라의 간척농지는 11만㏊로 전체 경지 면적의 7.2%에 이른다.

출렁이는 국제 식량 생산의 흐름 속에서 간척지는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식량위기다.”(WFP·유엔세계식량계획)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유럽의 유례없는 가뭄과 국지적 홍수로 곡물 생산은 급감하고 수출입이 축소됐다. 세계의 불안정한 식량 상황은 곧 우리나라의 물가상승으로 직결된다. 곡물 수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2%(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곡물 자급률이 낮아진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경지 면적 감소다. 우리나라 농지 면적은 1970년 230만㏊에서 2021년 157만㏊로 무려 3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곡물 생산량은 710만t에서 429만t으로 39.5% 줄었다. 곡물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지 면적과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 숙제다.

정부는 밀, 콩, 사료작물 등 생산을 늘려 곡물 자급률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어디에서 재배할 것인가’이다. 기존 농경지에서 벼를 다른 작물로 대체해 재배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렇지만 다른 대안은 없을까?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아직 재배가 활발하지 않은 농지 즉, 신규 간척농지를 활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땅이 쉬고 있는 계절, 동계에 작물 재배를 확대해 이모작을 실현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간척지 활용 재배기술과 동계 작물 연구를 진행 중이다. 드론 방제·시비(施肥), 스마트 해충 예찰 등 노지 스마트 기술의 간척지 적용 가능성을 검정하는 한편, 대형 농기계를 활용한 동계작물 생산 실증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간척농지는 11만㏊로 전체 경지 면적의 7.2%에 이른다. 1990년대 이전의 간척지는 벼 재배 중심으로 조성돼 밭작물 재배가 어려웠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배수로를 깊게 파고 농업용수의 염도를 관리해 밭작물 재배 시 염 피해가 적도록 조성되고 있다. 새만금간척지 농생명용지(매립 중 제외)는 전국의 밭 토양 염도 평균치보다 28%가 낮을 만큼 염류가 제거된 상태다.

간척농지에 적합한 동계 사료작물은 청보리, 호밀,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 등으로, 이들은 토양 염도가 높은 곳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농진청이 2020년 새만금간척지 유휴지에서 대규모 면적의 IRG 생산을 실증한 결과, 일반 농경지와 비교했을 때 수량은 10% 감소했으나 생산비가 28% 줄어 보조금을 포함할 경우 수익성을 10a당 12만원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새만금간척지 동계 사료 재배 면적은 2020년 568㏊에서 2021년 1648㏊로 늘었으며, 올해에는 2789㏊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사료작물 경작 연수가 증가해 토양 유기물 함량 등 지력이 증진되면 밀, 보리 등 경제성 높은 동계 식량작물도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업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자 미래 성장산업이며 무엇보다 인류에게 중요한 생명산업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앞으로 일어날지 모를 식량 전쟁을 대비하고 있다. 우리도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기술을 축적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세계를 덮친 식량 위기가 이제 우리 밥상을 흔들고 있다. 출렁이는 국제 식량 생산의 흐름 속에서 간척지는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