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송도 공사장 '임의 개조' 크레인 투입 논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11공구 대규모 기반시설 공사에 임의로 구조 변경이 이뤄진 건설장비가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은 국민권익위원회 민원으로도 접수됐지만, 발주처 인천경제청은 책임감리사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근거로 해당 공정을 진행시키고 있다.

6일 인천경제청 등에 따르면 쌍용건설이 76% 지분으로 컨소시엄을 이끄는 송도 11-1공구 1-2구역은 초기 일정인 연약지반을 개량하는 동다짐이 한창이다. 지난 7월 22일부터 20t 추를 크레인에 달아 13m 높이까지 올린 뒤 자유낙하를 반복하며 땅을 다지고 있다. 조정원이 차체에 장착된 버튼 등을 작동하면 입력된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자동시스템으로 시공한다.

현재 쌍용건설이 전북 지역의 T사에게서 장비·인력을 임대해 직접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 투입된 립벨(LIEBHERR)사의 HS872(90t 용량)·HS873(100t)이다. 크레인은 크게 기중기로 분류되며 각 활용도에 따라 물건을 옮기는 서비스 전용,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동다짐 전용 등 세분화한다.

립벨의 국내 총판에 문의한 결과, 송도 현장의 HS872·HS873은 과거 20여년 전 서비스 크레인을 해외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회신했다. 이어 시스템이 가동되는 핵심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주요 부품을 바꾸면 동다짐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제작사인 립벨은 크레인의 용도를 바꿀 땐 정품인증서를 발급하며 “안전한 기능을 보장할 수 있는 OEM 제품이나 각국의 정식 대리점을 통해야 한다”고 알린다. 그러면서 “제3자에 의한 변형·조정은 장비에 심각한 결함을 일으킬 수 있다”고 당부한다.

하지만 두 모델은 일련의 인증 과정을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T사 역시 이런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자동 동다짐 전용은 아니다. 전자카드(디스크)는 국내 총판이 아닌 두바이의 모 에이전트로부터 구입했고 재차 시험으로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업체 측은 정품인증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인천경제청은 앞서 책임감리에게 전달된 문건을 통해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보고서에는 “안전 시공을 위해 유압라인, 디스크 등의 정비만을 시행했다”고 적혔다. 또 “임의 개조 사실은 없다”고 더했는데 이는 전자카드 교체를 확인시켜준 T사의 설명과 명백히 배치된다.

업계는 건설기계관리법 시행규칙 제42조를 두 모델의 구조 변경 근거로 든다. 구조 변경의 범위 등을 나열한 제42조는 유압장치 및 조정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제44조2항은 건설기계형식(변경)신고는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인정할 수 있는 서류, 즉 한국교통안전공단·외국시험기관·제작회사가 발행한 시험성적서 또는 인증서 등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명기했다.

아울러 건설기계관리법 제12조는 누구든지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건설기계를 사용·운행치 못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인천경제청은 “지반개량 품질 기준을 만족하고 장비에 문제가 없다”면서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 중이다. 오히려 “송도 11-1공구에서 사용 중인 동다짐 장비에 대한 잘못 보도된 사항은 반박 게재를 요청할 것”이라고 알렸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