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일방적 구조조정 없다더니..기재부, 민주화사업회 정원 감축 강요
눈치보며 인력 축소 폭 늘리기도
공공기관 운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특정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원을 줄이라고 수차례 강요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공기관들 사이에서는 기재부가 주도하는 기관 경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지 않기 위해 한 명이라도 더 줄이려는 ‘눈치게임’도 치열하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민주화사업회)는 자체 혁신 계획안을 기재부에 제출하면서 처음에는 인력을 줄이지 않겠다고 했다가 기재부가 두 차례에 걸쳐 기관 정원을 줄이라고 요구해 3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수정 계획안을 제출했다.
기재부는 지난 7월29일 350개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혁신 계획을 제출토록 하면서 “기관과 소관부처가 제출한 자체 혁신 계획안은 해당 기관 및 부처, 민간 전문가 등과 긴밀한 협의·검토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정 부처 주도로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는 의미인데, 실제로는 기관 의사와는 달리 기재부가 기관에 인력 감축을 강제한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 8월19일 14명의 정원 감축 내용을 담은 자체 혁신 계획을 상위 기관인 경찰청에 제출했다. 그리고 열흘 뒤인 29일 공단은 감축 정원을 20명 추가로 늘린 34명의 감축안을 다시 제출했다. 경찰청의 검토 의견과 외부 전문가의 자문 결과 등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 공단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일정 비율의 인원을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지 않느냐는 공공기관 사이의 ‘눈치보기’식 자체 검열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보다 인원을 적게 감축하면 경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 우려돼 이례적으로 기관끼리 정원 감축 현황을 파악했다”며 “정원의 1% 정도를 감축하는 것이 일반적 분위기였고 이에 맞춰 감축 인원을 늘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산하 공공기관 21곳에서 정원 2057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536명), 농림축산식품부(339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220명), 기재부(185명), 해양수산부(168명) 등도 산하기관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보고했다. 전체 공공기관에서 약 4000여명의 정원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은 “기재부는 구조조정의 의미로 혁신 계획을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 인원 감축 요구가 있었고 기관들이 저마다 눈치 보며 감축 규모를 맞추는 점 자체가 정부의 압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사업의 상황과 이에 필요한 인력 체계 등 기관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다양한데, 정원의 원칙적 감축을 빙자해 무조건적인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의도의 주객전도”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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