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방어하느라..외환보유액 한 달 새 197억달러 급감
당국, 환율 급등에 달러 매도한 탓
보유액 축소 땐 거시건전성에 영향
"미 국채 활용 등 방어수단 마련을"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한 달 동안 200억달러(약 28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급등하자 외환당국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화를 시중에 내다 팔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8위 수준이지만 당분간 달러화 초강세가 지속되면서 원화 약세를 방어할 필요가 커지고 있어 당국의 실개입 외에 다양한 환율 방어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를 보면 올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8월 말보다 196억6000만달러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0월(274억달러) 이후 13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와 함께 달러화 평가 절상에 따른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입 조치로 환율 방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특정 환율을 타깃(목표)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외환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있는 경우, 시장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외환시장이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794억1000만달러)이 한 달 전보다 155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예치금과 특별인출권(SDR),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도 각 37억1000만달러, 3억1000만달러, 1억달러 줄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 말 기준(4364억달러)으로 세계 8위 수준이다.
한은은 통상적으로 월별 외환보유액 통계를 자료로만 배포해왔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직접 설명에 나섰다.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에 이르면서, 외환위기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오 국장은 “저희(한은) 생각으로 현재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며 “외환당국의 외환보유액뿐 아니라 2014년부터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으로서 국내총생산(GDP)의 37%에 이르는 대외자산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근 불확실성이 커진 대외환경을 감안하면 환율 안정을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외환보유액에서만 외환을 계속 꺼내쓰다 보면 외환보유액이 줄어 거시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율 안정의 필요성과 방안’ 보고서를 내고 “최근과 같이 단기외채 비중이 증가한 상태에서 달러화 매도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 축소는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의 부정적 시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외국통화당국(FIMA) 대상 레포(Repo),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국 국채 활용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FIMA 레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를 대출해주는 환매조건부 달러화 대출이다. 한은은 외화보유액 중 절반 이상을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이 해외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한은에 대출하는 방안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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