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리는 푸틴, '핵 버튼' 손댈까

박용하 기자 2022. 10. 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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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땐 2차 대전 후 첫 오명
“위협에 그칠 것” 전망 우세
“실행 땐 미 핵 반격 않을 것”
나토 국가들과 참전에 무게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주에 대한 러시아의 병합 작업이 5일(현지시간) 마무리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공격 결단’ 가능성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반격을 이어갈 경우 러시아가 이를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실제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 대한 합병 선언 이후 핵무기 사용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저위력(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더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술 핵무기는 소규모 마을이나 적의 군사기지, 부대 궤멸 등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소규모 핵무기를 뜻한다. 러시아는 전술 핵무기를 2000여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사 전문가들은 실리적 측면에서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위험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전술 핵무기까지 필요할 만큼 우크라이나 부대의 규모가 큰 것은 아니며, 방사성 낙진으로 땅이 오염되고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되면 러시아가 애써 영토를 확보한 의미가 줄어들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핵무기를 사용한 지도자’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영국의 합동군사연구소(RUSI) 시다스 카우샬 연구원은 “핵 금기를 깨는 것은 러시아를 완전한 고립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간 중국·인도 등의 도움으로 서방 제재에 대응해왔으나 핵 공격을 하면 이들 국가도 러시아와 거리를 둘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에 자극받아 다른 국가들이 연이어 핵무장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러시아로선 달갑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는 최근 미국에 핵무기 공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핵무기를 실제 사용하지 않고 이와 관련된 위협만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려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러시아는 최근 핵 장비 운반 열차나 핵 탑재 잠수함의 이동으로 서방의 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서방의 우려가 심화되면 러시아는 협상을 유도해 필요한 것을 받아내거나, 우크라이나의 진격에 부담을 줘 병력 동원에 드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을 경우다.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 선언으로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를 스스로 막아버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전황이 나아지지 않고 러시아 국내 반발이 커지면 그가 핵무기 사용의 선택지까지 고려할 수도 있다고 봤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매슈 번 교수는 최근 NPR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10~20%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번 교수는 “이 정도의 확률은 다른 분야에선 매우 낮은 확률로 평가되지만 핵무기에 있어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해 반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신 미국 등 나토 국가들의 참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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