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신입생 '유령 등록'..어느 대학의 기막힌 생존법

이예린 2022. 10. 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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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이런 씁쓸한 비유 들어보셨습니까?

수도권에서 먼 대학일수록 정원 채우기 어려워 문을 닫는 실태를 빗댄 말입니다.

학생 수가 차지 않으면 당장 나라에서 지원을 받기가 불리해지다보니 이른바 '유령 신입생'을 동원했다가 재판에 넘겨지거나 교수들이 직접 수사를 의뢰한 학교도 있습니다.

현장K, 이예린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남의 한 사립대, 취업 특성화 교육을 강조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학과에선, 지난해 추가모집 기간 입학했던 12명 중 9명이 그만뒀습니다.

1학기 첫 수업부터 내내 결석하더니, 2학기엔 등록도 안 하고 제적됐습니다.

그만둔 9명 모두 30대에서 50대 나이, 이 학과가 양성한다는 직업군의 채용 응시 기준을 애당초 넘긴 연령대였습니다.

[A 학과 자퇴생/음성변조 : "(작년에 자퇴하셨다고 들었는데...) 네. 농사 때문에 그만뒀어요."]

비슷한 일이 이 학교 13개 과에서 벌어졌습니다.

다니지도 않을 학교에 입학했다 제적된 사례, 지난해에만 90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A 학과 자퇴생/음성변조 : "(교직원분들한테 입학해달라, 이런 요청을 받으셨던 거예요?) 그런 것도 있었죠 조금. (출석은 하지 않으셨던 거죠?) 처음에만 했죠. 입학할 때만."]

사실상 부탁 받고 이름을 올려줬단 얘기, 등록금은 학교 측에서 장학금으로 내줬습니다.

[B 학과 교수/음성변조 : "쉽게 얘기하면 학교를 안 나오고 그것을 학교가 관리를 해준다는... 그리고 출석은 여기서 다 조작되는 경우."]

그래서인지, 그만두지 않고 계속 적만 두고 있는 재학생도 있습니다.

성실히 출석한 거로 돼 있지만, 같은 수업을 들은 다른 학생들은 누군지 모른다는 경우입니다.

[B 학과 재학생/음성변조 : "4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옛날 출석부에 있어서 이름을 보긴 했는데 얼굴은 한 번도..."]

올해 신입생 중에도 수십 명이 이른바 '유령 학생'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학교가 신입생과 재학생 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대학 측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교무처 관계자/음성변조 : "그건 저희가 한 번 확인해볼게요. (지금으로서는 아는 바가 없으세요?) 네, 그렇죠."]

하지만 교수들 얘기는 달랐습니다.

'충원율' 때문이라는 겁니다.

[C 교수/음성변조 : "(신입생) 충원율이 높아야만 국고가 지원되니까. 그거에 대해서 사활을 거는 거죠."]

교육부의 '대학 평가' 항목 가운데 배점 기준 5분의 1을 차지하는 게 충원율입니다.

학교별 점수 차가 작아서, 신입생 한두 명 차이로도 전체 등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D 교수/음성변조 : "(정시 모집까지는) 정원이 차지 않았는데, 2월 말쯤 되면 우리 학교가 (충원율) 99%, 98% 되었다는 수치를 보면. 어떻게 해서 다 채웠구나. (유령)학생들을 데려다가 입학시켰구나."]

재작년에 이 학교는 국고지원금 30억여 원을 받았고, 지난해에도 대학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습니다.

올해 초엔 부총장이 이런 업무지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교무부총장/올해 1월/음성변조 : "나이 먹은 사람들 일단 원서를 받으면, 그것은 ***학과에 넣어도 되고, 그런 사람들을 좀 섭외를 해서, 장학처리를 하니까. 생활기록부만 하나 떼면 돼요."]

[교무부총장/올해 9월/음성변조 : "그런 발언을 저는 한 적이 없고. (지인을 데려와라 이런 얘기는 전혀 아니고.) 그렇죠."]

하지만 취재 이후 일부 학과엔 일종의 '비상'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B 학과 조교/음성변조 : "OOO교수님이 기자 연락 왔다면서. 관리학생(유령 학생)들 솔직히 말해서 들킨 거 같으니까 휴학 처리해야 할 거 같다."]

이 대학 교수 노조 측은 학생 수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혐의로 학교를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근래 여러 학교가 학생 수 부풀리기로 적발된 바 있고, 해당 대학들은 모두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현장K,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그래픽:이근희 김정현 김석훈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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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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