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삶 오롯이 캔버스가 된 부산
일제강점기·부마사태 등 격동기 거친
근현대作 50점 통해 예술의 역할 성찰
개막 한 달째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 주제로 25개국 80명 참여
구름인파 속 해설 부족 등 아쉬움 남아
“부산의 역사와 미술이 분리돼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모든 것은 서로를 만들어 나간다’전은 학예사의 이 같은 포부와 노력이 전시 곳곳에서 배어나는 전시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부산 역사를 꿰어보며 부산 근현대 시기 작품 약 50점을 선보인다.
태평양으로 나가는 한반도 출입구 부산에서 오랜 세월 바다를 경외하고 달래며 해신제를 지낸 성스러운 자리 영가대. 전시는 이 영가대가 일제에 의해 파괴되고 동래온천으로 일본인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기찻길로 바뀐 뒤에도 그 장소를 여전히 ‘영가대’라 부른 화가 우신출 작품에서 시작한다. 이 미술관의 부산미술 소장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이기도 한 ‘영가대’(1929)부터 가장 최근작 이창운의 ‘편도여행’(2018)까지, 격동의 역사와 삶의 한가운데에서 호흡하며 나왔던 부산미술 명작이 이어진다. 제국주의 전쟁, 피란, 부마항쟁, 노동자대투쟁까지 이어진 격변의 시대 속에 치열하게 살아남은 삶과 미술의 역사가 경이롭게 다가온다.
작품 하나하나가 지닌 역사성에서 나오는 힘이 상당하다. 또 이런 힘을 만들어낸 미술관의 ‘연구’와 ‘관람객 편의’라는 미술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노력한 흔적이 여실하다. ‘외화내빈’이란 질타를 받는 서울 국립미술관 세태와도 대조된다. 표현기법이나 작가 이력 연구를 넘어, 식민도시 부산이 형성돼가는 과정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찾아 나갔고, 영가대를 도시사(史)적 관점에서 재발굴해 가치를 재조명했다.
전시장 벽면 하단을 감싼 키워드 행렬, 역사학자·경제학자·노동운동가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나 인터뷰한 영상과 배치, 미술사를 넘어서는 시대상을 정리하기 위해 외부 연구자들에게 의뢰해 연표를 제작한 점 등은 공공기관의 역사에 대한 책임감과 관람객 존중이라는 미술관의 기본자세를 거듭 상기시킨다. 화려하지 않은 전시인데도, 무지와 몰역사성에 경종을 울려온 예술의 역할을 은유하듯 힘이 있고 알차다.
개막 한 달째인 부산비엔날레에는 구름 인파가 몰려 최근 부쩍 강해진 미술애호 열풍을 보여주고 있다. ‘물결 위 우리’라는 주제로 25개국 출신 작가 64개 팀 80명이 참여했다. 근대 이후 부산 역사와 도시 구조 변천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도시의 역사와 지역성, 그 속에 존재했던 삶의 이야기들을 전 지구적 현실로 확장한다. 해양도시 부산, 부산에 사는 사람들이 마주했던 거대한 파도를 연상시키는 ‘물결’이란 주제어는, 그 자체로 지역의 상징이기도 하고 격변 속에서도 도도하게 흘러온 역사와 삶의 은유이기도 하다.
이번 비엔날레는 김해주 전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이 전시감독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1980년생인 그는 초·중·고교 10대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고, 20대 때인 2006년엔 부산비엔날레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누구보다 부산에서 쌓은 추억이 적잖을 부산 출신 미술인이고, 실무자로서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다. 그래서 부산으로의 ‘귀환’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이 됐다.
장소 선정도 흥미를 끌었다. 정례적으로 전시가 열리는 부산현대미술관 외에 초량, 영도, 부산항으로 관람객 발길을 끌었다. 초량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산과 언덕 경사면에 위태롭게 생겨난 노동자 주거지다. 산 중턱에 난 산복도로, 그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부산 바다가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초량 비탈길 위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내린 나무처럼 자리한 주택 한 채를 빌려 송민정 작가 영상 작품을 설치했다. 작품을 보러 초량으로 가는 길, 초량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이 모두 항구도시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감흥을 더하는 요소가 된다.
부산=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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