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PEC+ 감산으로 유가 급등, 다각도 대응책 세워야
산유국들이 대규모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국을 합친 23개 산유국의 협의체 ‘OPEC 플러스’(OPEC+)는 11월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200만배럴(세계 원유 소비량의 2%)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당장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3.20달러로 이틀 새 10% 가까이 폭등했다. 한국 경제에는 대형 악재가 추가됐다.
OPEC+는 “원유 감산은 미국 등 서방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에 대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산 결의의 본질은 ‘킹달러’로 이득을 챙기는 미국과 석유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산유국 간의 패권 대결이다. 유가가 오르면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불안해진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로 이어져 글로벌 경제에 악순환이 발생한다.
한국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6%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는 다음달부터는 물가 오름 폭 확대가 불가피하다. 통상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국내총생산(GDP)과 경상수지는 각각 0.2%포인트와 20억달러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상승한다. 그런데 지금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이고, 이런 비상상황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OPEC+의 원유 감산으로 인한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유가 상승은 원유 수입액을 늘려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현재 무역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하고 있고, 9월 말까지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300억달러에 이른다. 외환보유액도 한 달 새 200억달러 가까이 급감했다. 그런데 정부와 외환 당국은 “9~10월이 물가 정점”이라거나 “아직 괜찮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지금은 그렇게 안이하게 대응할 때가 아니다. 북한의 추가 도발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형 돌발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엔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다각도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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