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에서 화성까지 정조 행차.. '미디어 배다리'로 즐긴다

최다원 2022. 10.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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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위 19년이던 1795년 2월 9일.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경기 화성으로 향했다.

6일 서울시와 경기 수원시, 화성시에 따르면 오는 8, 9일 이틀간 정조의 '1795년 을묘년 원행(園幸)'을 재현하는 국내 최대 역사문화축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 펼쳐진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도읍인 한양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던 조선시대 다른 왕들과 달리 정조는 13번이나 화성에 있는 사도세자 묘 '융릉'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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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행사 중단 3년 만에 재개
배다리는 노들섬 안 미디어 터널로 구현
2017년 열린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 모습. 서울시 제공

즉위 19년이던 1795년 2월 9일.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경기 화성으로 향했다. 1,779명의 수행원과 말 779필을 동원한 대규모 행차 명분은 홍씨 회갑연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개혁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정조의 속내가 깔려 있었다. 가난한 백성에게 잔치 음식을 나눠 주며 민심을 챙기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정조 재위 기간 중 가장 화려했던 능행으로 알려진 8일간의 대여정이 227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살아난다. 6일 서울시와 경기 수원시, 화성시에 따르면 오는 8, 9일 이틀간 정조의 '1795년 을묘년 원행(園幸)'을 재현하는 국내 최대 역사문화축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 펼쳐진다. 코로나19 여파로 행사가 중단된 지 3년 만이다.

'정조대왕 능행차' 안내문. 서울문화포털 캡처

역사 기록에 따르면 도읍인 한양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던 조선시대 다른 왕들과 달리 정조는 13번이나 화성에 있는 사도세자 묘 '융릉'을 찾았다. 1795년에는 모친 홍씨의 환갑 잔치와 함께 그 과정을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빠짐없이 기록하도록 했다. 풍부한 사료 덕에 1996년 수원시가 일부 구간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고, 서울시와 화성시가 가세하면서 원형에 가까운 행렬 복원이 가능해졌다.

올해 행사에선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경기 화성시 융릉까지 43.5㎞ 구간을 재현한다. 8일 오전 10시 창덕궁을 출발해 광화문광장과 노들섬을 거쳐 오후 5시 20분 경기 시흥행궁에 도착한다. 이튿날엔 오전 8시 30분 시흥행궁을 떠나 지하철 1호선 안양역과 수원종합운동장을 들렀다가 오후 6시 30분 화성행궁에 도착한다. 같은 날 화성시에선 오전 11시 대황교동을 출발해 오후 1시 35분 융릉에 도착하는 행렬도 진행된다. 2,700명의 인원과 말 345필이 동원된다.

2017년 행사 때 설치된 배다리(왼쪽)와 올해 설치될 예정인 미디어 배다리 모습. 서울시 제공

올해 행사에서는 특히 노들섬에 '미디어 터널'로 구현되는 배다리가 눈길을 끈다. 배다리는 여러 척의 배 위에 판자를 깔아 만드는 임시 다리다. 너비가 넓은 한강은 19세기 말까지 교량이 없어 임금의 한강 횡단은 큰 부담이었다. 사냥을 즐기던 연산군은 청계산을 왕래하기 위해 800척짜리 대규모 다리를 만들어 백성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정조는 1789년 '주교사'라는 전담기구를 설치해 짧은 시간 안에 최소 비용으로 건설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이를 '주교절목'으로 남겼다.

2016년과 2017년 행사 당시 서울시는 이촌지구에서 노들섬 북단까지 실제 배다리를 만들었지만, 제작과 철거 부담이 상당하고 2018년과 2019년엔 태풍 등으로 설치가 무산됐다. 서울시는 이에 올해 노들섬 안에 미디어월이 설치된 LED 터널을 만들어 시민 모두가 체험할 수 있도록 계획을 변경했다. 폐단을 줄이고 백성과 함께 즐기고자 한 정조의 정신에 부합한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많은 시민들이 정조의 효심·애민·소통의 정치를 기리고 일상의 활력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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