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 '수돗물 녹조 독소' 주장 조목조목 반박

박상현 기자 2022. 10. 6. 19: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 들어 "신뢰성 떨어지는 연구결과"

국립환경과학원이 낙동강 권역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주장에 대해 각종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반박했다. 일부 환경단체는 이 교수팀 연구결과를 토대로 예년보다 심했던 낙동강 녹조를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4대강 보(洑) 개방을 주장해왔다. 정수(淨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될 가능성이 없는데도 공포감이 확산하자 과학원 측이 이 교수팀 연구결과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낸 것이다.

정수장. /뉴스1

6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학원은 “이승준 교수팀이 주장하는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의 검출 값(최대 0.281 ppb)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효소면역분석(ELISA)법’만을 이용한 측정값으로서 신뢰성이 떨어지며, 정확도가 높은 분석법인 ‘액체크로마토그래프-텐덤질량분석(LC-MS/MS)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ELISA 법은 일부 국가에서 모니터링 용도로는 사용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유럽에선 공식 수질검사 때 신뢰하는 지표로 삼지 않고 있다. 특히 ELISA 법을 수질 모니터링에 쓰는 미국 일부 주(州)에서도 이 검사법을 통해 마이크로시스틴 검출이 확인되면 LC-MS/MS 법으로 재검사를 실시한 뒤 이 결과를 최종 값으로 삼는다.

ELISA 법은 검사결과가 3시간 만에 나와 신속하지만 정확도는 떨어지고, LC-MS/MS 법은 분석에 3일가량 소요되나 결과 값은 그만큼 정확하다. 장비 비용도 ELISA는 3000만원, LC-MS/MS는 5억원대다. 이 때문에 두 검사법을 코로나 검사에 빗대 ELISA 법은 ‘자가진단키트’, LC-MS/MS 법은 ‘PCR 검사’로 설명하기도 한다.

과학원은 “이승준 교수팀이 ELISA 측정값의 신뢰성을 얻으려면 수돗물에서 검출됐다고 주장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어떤 종(種)인지 특정할 수 있는 다른 측정 결과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LISA 법은 마이크로시스틴의 유무만 판별할 수 있고, 어떤 종인지까진 확인할 수 없다. 마이크로시스틴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검출됐다고 하더라도 방해물질에 의해 값이 뻥튀기 됐을 가능성도 있어 공식 수질검사에선 ELISA 측정값을 신뢰하지 않는다.

과학원은 또 “실험이 이루어진 실험실이 수질검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는지 ‘실험실 유효성 확인(QA/QC)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식수에 대해 수질검사를 할 때는 ‘먹는 물 수질감시항목 운영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실험 환경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물의 특성상 외부요인에 의해 쉽게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팀 실험실이 먹는 물에 대한 수질검사를 할 자격이 되는지부터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섭 상수도사업본부장이 지난 5일 대구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열린 ‘대구 수돗물 조류독소 분석결과'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수돗물에선 마이크로시스틴 등 녹조 독소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구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내용의 검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국내 수돗물 수질관리 때 검사하는 6종의 마이크로시스틴 외에 다른 종이 수돗물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 교수팀 주장에 대해서도 과학원은 “없다” 고 일축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LR, RR, YR 등 3개 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질검사 때 이 3종을 비롯해 총 6종의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사한다. 그런데 이 6종이 아닌 다른 마이크로시스틴이 수돗물에 포함됐을 수 있다고 이 교수팀은 주장해왔다.

과학원은 “ELISA와 LC-MS/MS의 비교 측정값 중 ELISA 측정값이 0.3 ppb 이상인 값 14개를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 3종(LR, RR, YR)의 비율이 평균 99.8%를 차지했다”며 “수돗물에서 검출된 측정값이 이들 외에 다른 종일 수 있다는 이 교수팀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라고 했다. 결국 이 3종이 가축분뇨, 공장폐수, 녹조 등이 뒤섞인 원수(原水)에서 발견될 수 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이란 것이다. 이 3종은 수돗물 수질검사 때 이미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곧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학원은 “ELISA 법은 시약의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색도물질의 흡광도를 이용해 분석하기 때문에 방해물질에 의한 오차 가능성이 있다”며 “그 색도물질이 마이크로시스틴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는 반면 LC-MS/MS는 마이크로시스틴을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크로시스틴이 없더라도 방해물질에 의해 흡광도에 영향을 주어 마이크로시스틴이 있는 것처럼 값이 측정될 수 있다”며 “따라서 낮은 농도의 ELISA 값은 더욱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팀이 ELISA 법을 통해 검출한 값이 실제 마이크로시스틴인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마이크로시스틴으로 단정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환경청(EPA)은 ELISA 법의 최소보고값(MRL·실질적인 정량한계)을 0.3 ppb로 제시하고 있고, ELISA 측정값이 0.3 ppb 이상일 경우 LC-MS/MS 법으로 분석해 확인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원은 “법적으로 규제하는 ‘마이크로시스틴-LR’에 대해 수돗물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4900회의 검사를 했지만 모두 불검출이었다”며 “현재 규제하지 않는 마이크로시스틴-RR 등 8종의 조류 독소도 422건의 수돗물 검사에서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이주환 의원은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주장은 광우병 사태처럼 먹는 물 안전에 공포감을 조성해 ‘4대강 보 개방’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던 시도”라며 “거짓 주장으로 선동한 환경단체와 이승준 교수팀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