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어렵고 학점 짜"..美 명문대서 쫓겨난 '거물' 교수

존스 교수 "학생들 시험문제 오독하고 있어..시험 난이도 줄여도 성적 떨어져"
학생들 "성적 잘 주지 않아..학생들 학습과 건강 우선시하지 않는다"

메이틀랜드 존스 교수. 뉴욕타임스 캡처

[서울경제]

미국의 한 명문대 교수가 시험 문제를 어렵게 출제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뉴욕대에서 유기화학 분야를 가르치는 메이틀랜드 존스 교수가 학생들의 탄원서로 인해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존스 교수가 가르치는 학생 350명 중 82명이 탄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의대에 대한 꿈을 끝내는 것으로 악명 높은 해당 수업이 너무 힘들었다면서 존스 교수가 성적을 잘 주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가을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이 대학 학과장은 존스 교수의 계약을 해지했다.

84세인 존스 교수는 이 과목을 가르치는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현재 5판째인 1300장 분량의 교과서 ‘유기화학’을 집필한 것 외에도 암기보다 문제 해결에 의존하는 새로운 수업 방식을 개척했다.

2007년 프린스턴 대학에서 은퇴한 뒤 연간 계약직으로 뉴욕대에서 유기화학을 가르친 존스 교수는 40년 경력의 전문가로 특히 유기화학 분야의 거물로 통한다.

존스 교수는 대학 측에 “학생들이 놀랍게도 시험문제를 오독하고 있었다”며 그의 해고에 항의하는 글을 썼다. 그는 “시험 난이도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졌다”며 이러한 문제는 전염병으로 인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자릿수 점수에서 심지어 0점도 있었다”며 “몇 년간의 코로나로 인해 학습 상실을 겪으며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존스 교수와 다른 두 교수는 52개의 유기화학 강의를 녹화했다. 존스 교수는 개인적으로 이 동영상을 위해 5000달러 이상을 지불했고 이 영상들은 여전히 대학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존스 교수는 “학생들은 수업에 오지 않았다. 그들은 영상을 보고 있지 않았고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메이틀랜드 존스 교수. 뉴욕타임스 캡처

하지만 학생들은 탄원서에 “우리는 우리의 점수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 점수가 수업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간고사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줄인 존스 교수의 결정을 비판하며 낮은 점수를 보상할 기회를 줄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존스 교수가 강의 평균을 숨기려 했고 추가 점수를 주지 않았다"며 "일부 학생들이 코로나에 걸렸음에도 줌 수업을 듣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거만하고 까다로운 어조를 가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렇게 탈퇴율이 높고 성적이 낮은 수업이 학생들의 학습과 건강을 우선시하지 못하는 것은 화학과뿐만 아니라 전체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존스 교수는 “대학 측이 6번의 수업 후 첫 시험 날짜를 잡았기 때문에 시험 횟수를 줄였다”고 언급한 뒤 강의 평균을 숨겼다는 지적을 두고는 “점수와 시험 상황상 제공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지만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줌 수업에 대해서도 강의실에서의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존스 교수의 전 조교이자 하버드대의 박사과정 학생인 자카리아 벤슬맨은 “이 청원은 실제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다는 느낌보다 시험 점수에 대한 불만에서부터 더 많이 제기된 것 같다”며 존스 교수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존스 교수는 과학분야 학과장인 그레고리 가바다제로부터 계약 해지를 알리는 짧은 편지를 받았다. 그는 “존스 교수의 성과가 교수진이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가바다제 교수는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러나 뉴욕대 대변인인 존 벡먼은 “존스 교수의 오만함, 무반응, 우월감, 성적에 대한 불투명성이 여러 학생들의 불만의 대상이 되어왔다”고 말하며 이 결정을 옹호했다. 또한 존스 교수의 강의 평가는 “화학과뿐 아니라 대학의 모든 학부 과학 과정 중 최악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화학과 교수들은 이에 대해 반발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대학의 조치가 엄격한 교육을 방해할 수 있다”며 “지금 비정규직 교직원들이 이 사건을 보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서 재계약을 안 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존스 교수는 “나는 직장을 되찾고 싶지 않다. 어차피 곧 은퇴할 계획었다"며 “이런 일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