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제보자 권력

정명진 2022. 10. 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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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각종 제보를 많이 받게 된다.

공익제보자 지원단체인 호루라기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표한 '내부 공익신고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내부고발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역으로 제보자로 인해 기관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넘어 기관 운영까지 무력화하는 '제보자 권력'이 어디까지 존중돼야 하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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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각종 제보를 많이 받게 된다. 이 중에는 공익적 제보도 있지만 개인적 부당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제보 중 일부는 기사로 작성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제보자=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

공익제보자 지원단체인 호루라기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표한 '내부 공익신고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내부고발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적지 않다. 심층 인터뷰한 42명 가운데 25명(60%)이 파면과 해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제보자로 인해 기관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공공기관장을 지낸 지인을 만났다. 지인은 임기를 마치고 기관을 떠난 상태다. 하지만 기관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기관은 2017년 한 제보자로 인해 운영이 힘들 정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당시 제보자는 업무추진비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임원을 고발했다. 이로 인해 기관장은 사퇴를 했고 부처 특별감사를 받았으며 해당 임원은 파면됐다. 이후 제보자는 5년간 2번에 걸쳐 기관에 대한 제보를 이어갔다. 퇴직 후에는 현직 내부고발자 인터뷰이로 등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기관이 3년간 국고보조금을 삭감받게 됐다는 것이다. 제보자 고발 전에는 40억원 이상의 국고지원을 받았지만 감사를 통해 20억원 미만으로 줄어들게 됐다.

기관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어지는 제보로 인해 기관은 예산협의의 결정적 시기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결국 2020년 하반기에는 인건비 등 집행자금마저 부족해 관련부처에 상황을 보고하고 국고지원이나 금융기관 차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자체 해결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당시 기관의 통장 잔액은 3000만원 미만이었다. 이는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없는 금액이었다.

결국 기관은 직원 월급 등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사업을 벌이게 됐다. 이로 인해 부당한 일로 또다시 언론에 등장하게 됐다.

물론 이 기관을 무작정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지인은 "제보자가 운영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언론에 제보했지만 기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기관이 존립할 수 없을 정도로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보를 하는 게 맞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익적 제보가 사회의 순기능을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넘어 기관 운영까지 무력화하는 '제보자 권력'이 어디까지 존중돼야 하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중기생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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