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한글을 사랑한 의사..한글로 제2의 인생 살다

KBS 2022. 10. 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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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10월6일(목) 17:50~18:25 KBS2
■ 출연자 : 유은실 허원미디어 대표 (전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21006&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녹취]
"조선의 문자요. 이 문자를 이 나라 조선 만백성에게 내릴 것이니... 훈민정음,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앵커]
조선의 제4대왕 세종대왕이 발명한 훈민정음, 한글입니다. 오는 9일 한글날을 맞아 저희 스튜디오에 특별한 손님 한 분 모셨습니다. 40년 의사의 길을 걷다 지금은 한글 전도사로 인생 후반전에 도전하는 분입니다. 유은실 허원미디어 대표 함께하겠습니다.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답변]
안녕하십니까.

[앵커]
건강해 보이십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앵커]
후반전 얘기 듣기 전에 전반전은 주로 어떻게 뛰셨어요?

[답변]
저는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병리과에서 31년 동안 일했습니다. 병리과가 뭐 하는 데인지 잘 모르시죠?

[앵커]
네.

[답변]
병리과는 환자를 직접 보지는 않고요. 현미경을 통해서 환자들의 질병이 어떤 병인지 진단도 하고 원인을 찾는 연구도 하는 그런 의사입니다.

[앵커]
의사로서는 은퇴를 하셨고 지금은 출판사 대표가 되셨잖아요. 제일 먼저 출판한 책은 어떤 걸까요?

[답변]
단행본은 '한글,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는 글자'라는 작은 소책자인데요. 한쪽에는 우리말로 되어 있고, 한글로 되어있고. 오른쪽에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어 이렇게 외국인들이 그 내용을 알 수 있게 만든 작은 책입니다. 한글에 관한 내용들을 간단하게 요약해서 실은 책이에요.

[앵커]
창제 원리부터 여러 가지 한글 관련된 역사.

[답변]
네, 상식에 해당되는 거.

[앵커]
혹시 어려서부터 존경하는 인물 하면 세종대왕 이러셨던 건가요?

[답변]
아닙니다.

[앵커]
뒤늦게 이렇게 한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어떤 걸까요?

[답변]
제 지인 중에 한의학 한의사 선생님이 계셨어요. 저는 양의지만 한의사 선생님이 한의학이나 한글 제자 원리가 모두 음양오행이다라는 얘기를 해 주면서 제자 원리가 담긴 책이 있으니까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책이 한글 이름인 훈민정음하고 똑같은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의 책입니다. 책은 전부 한문으로 쓰여있죠. 그래서 이거 어떻게 읽지? 고민하다가 학자 선생님들이 다 번역을 해놓으셨기 때문에 번역한 거랑 이렇게 비교하면서 읽어봤어요. 그랬더니 내용이 엄청난 건데 저희는 학교 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내용이고요. 그 내용을 보면서 아, 세종대왕이 왜 대왕이신지 그리고 정말 존경할 만하다 생각하게 됐습니다.

[앵커]
우리 고유의 한의학의 원리가 한글 창제에 적용된 걸 보면서 정말 과학적이고 체계적이구나라는 깨달음을 뒤늦게 얻으신 거 같아요. 특히 우리 한글의 가장 독창적인 것 이거다라고 말씀해 주실 거 어떤 거 알게 되셨나요?

[답변]
우리 한글은 소리를 적기 위해서 만들어진 문자입니다. 뜻을 나타내는 게 아니고요. 그래서 다른 어떤 문자, 한자라든지 일본의 글자 하고 달리 어떤 소리든지 가장 소리에 가깝게 적을 수가 있어요. 코카콜라라고 우리 보통은 저렇게 표기를 하죠. 저거는 사실 우리나라에 외래어표기법 때문에 저렇게 적고 있는데요. 영어 원어민들이 코우커코울러라고 발음하는 것을 괄호 안에 있듯이 코우커코울러라고 적으면 원어민들이 발음하는 거 하고 똑같이 적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글자나 한자로는 그렇게 적을 수가 없어요. 소리를 적는 문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 한글, 훈민정음은 역시 말소리 또는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적기가 좋다는 겁니다. 실험을 한 적도 있습니다. 소리를 들려주고 한국 학생하고 일본 학생들, 중국 학생들 이렇게 적도록 했더니 제대로 적는 건 한국, 한글을 사용한 사람들이.

[앵커]
우리말은 어떤 나라의 말로 다 소리로 표현이 가능하다. 실제로 세종대왕이 뛰어난 음운학자였다 이런 설도 있잖아요.

[답변]
네, 맞습니다. 대단한 학자시죠.

[앵커]
아무리 봐도 과거에 하셨던 병리학 의사와 지금 본업인 한글 사이에 연결점이 없어 보이는데 아닌가요?

[답변]
우리 한글이 과학적이라고 다 얘기하잖아요. 저도 의학 중에서 병리학이 특히 연구를 하는 학문인데 훈민정음 책 첫 문장에 보면 정음을 만든 것은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서 만든 거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저희가 하고 있는 일하고 일맥상통하고요. 저희는 또 연구를 하면 논문을 쓰는데 이거 훈민정음이라는 책은 제자 원리의 결과를 하나의 논문 책으로 낸 거라서 정말 훌륭한 결과물을 발표한 거죠. 그래서 그런 면에서.

[앵커]
병의 원리를 파헤치듯이 우리말의 낱소리를 파헤쳐가면서 창제 원리를 따라오신 거군요. 평소 그러면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우리말 몇 가지 꼽아보시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답변]
저는 우리 꿈이 뭐냐? 이런 말 많이 묻잖아요. 그래서 꿈, 별, 달 이런 외자 소리가 참 예쁘다고 생각되고요. 그다음에 우리 의성어, 의태어라고 있잖습니까? 소리를 나는 대로 표현하는. 그래서 사뿐사뿐 이라든지 몰랑몰랑 이런 단어들이 특히 예쁘게 느껴집니다.

[앵커]
가을에 하늘하늘 이런 단어. 이런 거 사실 외국어에는 이런 의성어나 의태어가 없잖아요, 거의.

[답변]
표현하기 쉽지 않고 또 우리처럼 많이 없을 겁니다.

[앵커]
이런 한글을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그런 욕심이 많이 드실 거 같은데 지금 하고 계신 일이 있으세요?

[답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거는 책을 냈으니까 그 책들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만드는 게 제 책무고요. 두 번째는 외국인들한테 한글을 처음에 배울 때 한글 제자 원리에 따라서 가르치고 배우고 이런 걸 해보고 싶습니다.

[앵커]
한글 일타강사가 되고 싶으신 꿈이 있으시군요.

[답변]
외국어 학당이 많죠, 대학에. 또 세종학당이라고 해외에도 많은데 거기서 한글을 맨 처음에 가르칠 때 제자 원리에 따라서 가르치고 있질 않아요. 그래서 그걸 좀 바꿔보고 싶죠.

[앵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왜 그렇게 한글을 배우는 걸 어려워해요?

[답변]
한글을 배우기를 어려워하는 게 아니라 한국말을 배우는 게 쉽지 않습니다. 글과 말은 구분을 해야 되는데요. 글자를 쓰고 그 소리를 익히는 거는 어려워하지 않아요. 제가 1995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북 메세, 국제도서전에 참가했을 때 1시간 안에 독일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자기의 이름을 한글로 적는 걸 제가 직접 지도도 하고 봤습니다. 그래서 우리 글자를 익히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앵커]
나름대로 한글을 빨리 깨칠 수 있도록 뭔가 노하우가 있으실 거 같은데.

[답변]
그거는 훈민정음 책에 세종대왕께서 설명해놓은 제자 원리대로 가르치고 배우면 됩니다. 예를 들면 자음은 다섯 그룹으로 나눠서 배우면 돼요.

[앵커]
우리 보통 가나다라마바사.

[답변]
그렇게 하죠. 그런데 가카까, 나다타따, 마바파빠. 또 사자차싸짜. 이러면 다섯 그룹이 마지막으로 흐가 있는데요. 그렇게 하면 쉽습니다. 그리고 그거를 가르칠 때 각각의 다섯 개의 소리가 우리 발성기관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를 이해시키면서 쓰고 소리를 익히게 하면 한 30분이면 배울 수 있어요.

[앵커]
실제로 외국인들한테 적용해보신 적 있으세요?

[답변]
네. 저희 아산병원에 연수 온 외국인들, 중동에서도 오고 동남아에서도 오는데요. 그 친구들하고 해본 적이 있는데

[앵커]
어떤 효과가 있던가요?

[답변]
재밌죠. 아, 이렇게 되는구나. 이게 소리가 여기서 나기 때문에 이렇게 글자도 모양이 공통된 점이 있구나. 이런 걸 배우니까 재밌어하죠.

[앵커]
그래서 1시간 안에 자기 이름도 쓰더라.

[답변]
네. 그리고 획 하나만 더 그으면 소리가 세지고 또 소리가 더 뭐라 그럴까요. 강해지기 때문에 그런 걸 설명해 주면 아주 금방 익히게 됩니다.

[앵커]
대표님 입장에서는 요즘 세태를 보면 안타까움도 많으실 거 같아요. 인터넷, 우리 같은 방송도 사실 예외는 아닙니다. 보면 이상한 축약어도 많고 비속어, 외계어 같은 게 많잖아요. 이런 거 보면 어떤 생각 드세요?

[답변]
그거는 뭐 문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언어생활이 바뀌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나 우리가 근원이 되는 것은 알고, 알고 있으면 바뀌는 거에 대해서도 아마 보는 관점이 달라질 거예요. 그래서 안타까운 것은 한글날이 며칠 안 남았는데 한글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가지고 그리고 바라봐주면 좋을 거 같아요. 국립한글박물관을 자주 방문하시고.

[앵커]
어떻게 보면 사실 요즘 K-팝, K-드라마에 관심 많지만 그 근간은 한글이잖아요.

[답변]
그렇죠. 앞으로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문화를 알기 위해서 책도 많이 읽을 거예요. 그러면 결국은 한글로 쓰인 문서를 읽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그 점을 생각하면 다시 한번 한글에 대한 관심을.

[앵커]
한글날 특별한 계획 있으세요?

[답변]
저 작년에도 한글박물관 근처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처음으로 사진전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개최했더라고요. 거기에 너무나 좋은 사진들이 있는데 그런 것도 보고.

[앵커]
알겠습니다. 9일날 노는 날 하나 더 늘었다 이렇게 가볍게 볼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10일까지 놀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앵커]
알겠습니다. 우리 한글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날로 삼을게요. 지금까지 유은실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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