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날리면? '듣기평가'장 된 국감장..여야 난타전에 정책은 뒷전[국감 2022]
“저는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으로 들립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6일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연 국정감사에서 ‘듣기평가 시험’이 펼쳐졌다.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을 처음 기사화한 MBC의 보도 적절성을 놓고 충돌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MBC가 ‘자막 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 공영방송의 책무를 져버렸다고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이 비속어 논란을 덮으려고 특정 언론을 탄압한다고 맞섰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날’ 발음과 서울에서의 ‘바이든’ 발음, 미국 순방 당시 문제의 발언을 각각 느린 속도로 비교 편집한 음성이 담긴 영상을 틀며 공세를 폈다. 박 의원은 “왜 음성 전문 분석가가 동원돼야 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국민도 ‘날리면’으로 듣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를 보도한 MBC에 악에 받친 공문을 보냈다. 대통령실이 언론검열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원인은 대통령의 실수에 있는데 왜 혼나는 것은 MBC여야 하는가. 부끄러운 건 또 왜 국민인가”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방송기자연합회 강령을 보여주며 “MBC는 보도강령과 준칙을 무시했는데 고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나아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을 음해하고 국익을 해하는 일”이라며 “공영방송이라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 “대통령과 철학과 맞지 않으면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라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한 위원장에게 “방통위의 가장 중요한 생명은 독립성이다. 왜 강하게 항의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국감은 정치적 쟁점에 집중되면서 정작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여야 모두 망 사용료 부과, 인앱결제 강제 금지,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 등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지만 이날 국감에서는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 공급자(CP)들을 대상으로 기금을 조성해 인터넷망 사용료 부과 논란을 해결하자는 주장과 관련,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수익을 내면 그만큼 기여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금 신설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새로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수용 가능성이 있는지, 또 이런 정책이 앞으로 산업에 끼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글로벌 CP들의 사회적 기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알고 있지만, 관련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또 최근 세계 최대 게임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한국 내 화질 저하 조치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트위치의 조치에 대한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검토하냐고 묻자 한 위원장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가 같은 조치를 하면 제재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유튜브 문제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이라 추후에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통위 국감은 여야가 기한에 맞춰 일반증인 명단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 이어 일반증인과 참고인이 없이 진행됐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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