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아름다움 '소나무 세 글자'에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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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을 오르다가 소나무를 봤어요. 그런데 갑자기 망치로 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민중가요 '바쳐야 한다' 작곡가로 알려진 가수 박종화(59) 작가는 6일 "소나무를 한글로 한번 써보자고 겁도 없이 도전해 7년을 매달렸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소나무라는 세 글자에 민중의 저항을 응축했고, 5·18, 4·16, 4·3의 진실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번 한글소나무전 30편의 작품마다 한 개의 시를 붙인 것은 그가 이미 시집 세 권을 낸 시인이어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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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까지 옛 전남도청 별관서 서예전
"민중 저항 응축" 소나무 글자 30점
교도소에서 장기수에게 서예 배워
"우리말 어원 서예전도 열어야죠"
“무등산을 오르다가 소나무를 봤어요. 그런데 갑자기 망치로 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민중가요 ‘바쳐야 한다’ 작곡가로 알려진 가수 박종화(59) 작가는 6일 “소나무를 한글로 한번 써보자고 겁도 없이 도전해 7년을 매달렸다”고 말했다. ‘박종화의 시서화음-한글소나무(5·18소나무전)’ 서예전은 7~16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옛 전남도청 별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 행사일은 8일 오후 5시다. 박 작가는 “늘 푸른 소나무의 정신이 민중과 우리 민족의 기상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다”고 말했다.
100호에서 200호에 이르는 30점 작품은 모두 소나무라는 세 글자가 들어가 있다. 소나무 형상을 그대로 그리다가 성에 차지 않아 인문학적으로 해석해 다시 쓰고 또 그렸다. 박 작가는 “소나무라는 세 글자에 민중의 저항을 응축했고, 5·18, 4·16, 4·3의 진실을 담았다”고 말했다. ‘오월이 오면 붉게-붉은 소나무’라는 작품은 소자의 ㅅ을 붉은색으로 쓰고, 나머지는 흑색 글로 그려 학살에 대항하는 민중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그대 소나무’ ‘저항 소나무’ ‘백두 한라 소나무’ ‘사랑 소나무’ 등 작품의 이름도 다양하다. 그는 전시 작품 속에 담긴 사연을 시와 산문으로 풀어 160쪽짜리 예술 책도 냈다.
박 작가가 서예에 입문한 것은 광주교도소였다. 전남대 재학 때부터 학생운동을 했던 그는 20대부터 세 차례 구속 수감됐던 열혈 사회 운동가였다. 붓을 만난 것은 1990년 <박종화 창작곡 1,2,3집>을 발표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됐을 때였다. 당시 교도소 안에서 허가된 취미 생활 중 하나가 서예여서 통일운동가 등 장기수 중 서예 고수들이 많았단다. 박 작가는 “삐침 등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마다 여쭤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2007년 첫 서예작품 개인전을 개최한 뒤 지금까지 10여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한글소나무전 30편의 작품마다 한 개의 시를 붙인 것은 그가 이미 시집 세 권을 낸 시인이어서 가능했다.
앞으로 목표는 ‘우리말 어원 서예전’을 여는 것이다. 한글 서예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표음문자인 한글의 어원을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산스크리트어까지 공부하며 사랑·임·임금 등의 어원을 추적해 50개를 따로 추려 놓았다. 박 작가는 “케이팝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시점에서 ‘캘리그래피’라는 영어 이름으로 한글의 미학적 가치가 왜소화해서는 안 된다”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받아안을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1987년부터 30여 차례의 단독 공연과 400여곡의 창작곡을 발표했다. 2010년 5·18민중항쟁 30주년 전야제 총감독을 지낸 그는 현재 광주민예총 이사장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시민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2018년 작곡 데뷔 30주년 기념앨범 <사색30>을 낸 그는 ‘현역’ 민중가수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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