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포함 녹색분류체계 공청회..원자력계는 "보완 필요", 시민사회는 "철회해야"
“기후위기는 핵으로 막을 수 없다” “녹색분류체계 그린워싱 중단하라.”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협회 부회장의 발제를 앞두고 시민들이 이런 피켓을 들고 항의에 나섰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이 땅의 생물과 생태는 우리가 빌려 쓰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으면 좋겠다”며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뭘 남겨두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녹색분류체계 초안에 원자력이 포함되자 원자력산업계(원자력계)와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 양측에서 모두 비판이 나왔다. 원자력계는 유럽연합(EU) 국가에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EU의 녹색분류체계에 준하도록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원자력을 포함하게 되면 녹색분류체계의 신뢰도 자체가 떨어져 산업계 전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환경부의 초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원전 경제활동 포함 공청회’를 열고, 시민사회, 전문가, 원자력계 등의 의견을 들었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이 지속 가능한 ‘녹색’ 산업인지 규정한 기준이다.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초안에는 원전을 계속 운전할 경우 2031년부터 사고저항성핵연료(ATF)를 적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담았다. 또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 된 세부계획이 존재하며,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됐을 때 ‘녹색’으로 분류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의 구체적인 확보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원자력계에서는 현 정부의 국정 목표인 ‘10기’ 수출을 위해서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안전 규정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금운용자산(APG)은 지난달 20일 “EU 안전성 기준을 충족해야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협회 부회장은 “과거와 달리 동유럽, 중동 등 수출 시 해외 수출입은행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와 EU 녹색분류체계의 기준이 달라서 자금 조달이 안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유럽 경쟁사에서 한국 녹색분류체계의 안전 규정이 뒤처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불이익을 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원자력이 포함된 녹색분류체계 초안 철회를 요구했다. 환경부의 녹색분류체계 녹색활동 적용 기준에는 경제활동이 환경목표 달성 과정에서 다른 환경목표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지 판단하는 ‘배제 기준(Do No Significant Harm)’이 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 국장은 “정권에 따라 ‘녹색’의 기준이 바뀌는 환경부는 자격이 없다”며 “탄소 몇t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원전을 가동하면서 온배수를 해양 환경에 내보내는 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진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사고저항성 핵연료(ATF) 적용 시점이 너무 느려서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EU의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을 2025년까지 하겠다는 조항은 사실상 향후 모든 건설허가 원전에 대한 적용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2031년까지 ATF 적용을 미루면서 현 정부의 신규원전 및 노후원전 수명연장 사업 모두를 면제해주는 효과가 있어 사실상 택소노미가 방지하려던 그린워싱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신한울 3, 4호기에 ATF는 당연히 적용하겠다”라면서도 언제, 어떻게 적용하는 것인지에 대한 시점은 말하지 않았다.
현재와 같은 조건으로 원자력을 포함하게 된다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석 전문위원은 “전기차, 해상 풍력 등은 세계 선두권에 있는 업체들도 있고 이런 업체들은 이미 EU의 기준을 충족시키는데 이런 조건으로 원자력을 포함하게 된다면 국내 기업에 불이익이 갈 수 있다”며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원전포함 초안의 철회가 대외 신뢰도 유지와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초안을 철회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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