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김창완 "45년전 내 목소리에서 순수를 재발견했죠"
[파이낸셜뉴스] 가수보다 연기자로 더 친숙해진 김창완이 설렌 표정으로 기타를 들었다. 6일 산울림 데뷔 45주년 기념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회견이 열린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다. 김창완은 녹슬지 않은 목소리로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1집 수록곡)를 비롯해 최신곡 ‘노인의 벤치’ ‘시간’을 불렀다. ‘시간’은 자체 준비한 앵콜곡이었다.
산울림 데뷔 45주년을 맞아 김창완의 솔로 앨범(3장)을 포함해 산울림의 앨범 20장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오는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재발매된다. 10월 1집과 3집, 11월에 2집이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나오며, 내년까지 모두 발매되는 일정이다.
산울림은 김창완(보컬·기타), 김창훈(베이스), 고(故) 김창익(드럼)으로 이뤄진 가족 밴드였다. 1977년 1집 '아니 벌써'로 데뷔해 2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3집 '내 마음' 등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10집 음반명과 동일한 타이틀곡 ‘너의 의미’는 아이유가 리메이크해 크게 성공했다. 정규음반 외에 ‘개구장이’ ‘산할아버지’ 등 동요 앨범과 김창완 솔로 음반(1-3집)이 나왔다. 2008년 김창익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의 이름은 전설로 남게됐다.
현재 김창완밴드로 활동 중인 김창완은 이번 리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영화 ‘쥬라기공원’이 따로 없더라”며 “오래 전 우리가 내고자 했던 사운드를 만났다”고 말했다.
“내 인생 철학이 사라진 것에 미련을 가지지 말자였다. 세상에 스러지지 않은 것은 없다, 별도 스러진다, 그래서 굳이 옛날 것을 끄집어내야 하나 싶어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가요사에 남을 족적일 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또 10년 간의 분쟁 끝에 산울림 음반에 대한 소유권이 확정되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창완은 “(고히 보관하던) 릴데이프를 들으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운드를 발견했다”며 “막내 동생도 많이 생각났다”고 돌이켰다.
“반성도 많이 했다. 내가 요즘 노래를 가짜로 부르고 다녔구나, 겉멋만 잔뜩 들었구나. 노래 좀 똑바로 하고 다니라고 나를 질책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산울림의 재발견을 꼽는다면 순수”라며 “그 옛날 내 노래에는 그때의 불안, 부끄러움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더라. 솔직함의 힘을 재발견했다”고 답했다.
복고 바람과 함께 LP붐이 일면서 산울림의 노래는 요즘 2030대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그는 산울림 노래의 생명력에 대해 “생명력은 적응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젊은 친구들이 팬클럽에 많이 참여 중인데, 산울림의 노래가 시대적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 원본 릴테이프로 한미일 전문가 작업
이번 리마스터 프로젝트가 특별한 것은 원본 릴테이프를 갖고 작업을 했다는 점이다. 또 한미일의 드림팀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디지털 변환 및 리마스터 작업은 국내 최초의 그래미 수상자인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이 맡았다. 또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프린스의 ‘퍼플 레인’ 등 걸작 앨범의 마스터링과 래커 커팅(래커 판에 마스터 음원을 소리골에 새기는 작업)을 맡아온 80대 거장, 버니 그런드만이 해당 작업을 했다. 스탬퍼(LP생산을 위한 원판) 작업은 세계적인 오디오파일 전문 제작회사인 RT에서 이뤄졌고 일본의 토요레코딩에서 최종 LP프레싱을 마쳤다.
이번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이끈 뮤직버스 산하 김경진 에꼴 드 고래 대표는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새로운 수준의 음원들로 재탄생됐다. 초판을 갖고 있어도 리마스터링 앨범에 혹하지 않을까. 산울림이 애초 의도한 사운드를 그대로 담아냈다”고 뿌듯해 했다.
김창완 역시 사운드에 만족하며 “1977년 레코딩 당시 막내의 드럼 연주가 숟가락 통 두드리는 소리처럼 녹음돼 안타까웠다. 소리가 너무 좋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황병준 엔지니어는 “마스터 릴테이프가 남아있는 경우가 드문데 원본을 갖고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저로선 원본을 치대한 살리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김경진 사장은 이에 “(황병준 엔지니어가) 아무 것도 안한 듯이 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리마스터링 앨범과 초판 LP의 사운드를 비교하는 청음회가 열렸다. 소리의 차이는 노래 없이 연주가 이어질 때 극명이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소리의 해상도가 높아졌고 소리의 질감 역시 선명한 모습을 띠게 됐다.
“45년 전 내 목소리를 듣는다는 게 슬프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더라도 소중한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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