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인체 무해한 미세전류로 미생물막 제거.. 퀄컴 같은 기업 성장할 것"

안경애 2022. 10. 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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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90건 이상 트로마츠 웨이브 기술 특허
자체 개발 원천기술 보유해서 확장·응용 가능
내년 비염치료기 출시 의료기기시장 진출 예정
누적 투자유치액 132억.. 글로벌 수출기업 박차
프록시헬스케어 직원들이 트로마츠 웨이브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프록시헬스케어의 미세전류 칫솔 제품. 박동욱기자 fufus@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박동욱기자 fufus@

"인체에 무해하면서 효과가 뛰어난 미세전류 기술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다이슨, 퀄컴 같은 회사로 성장하겠습니다."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는 "인체나 생활, 산업현장에서 미생물이 만드는 막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면 무궁무진한 응용분야가 열린다"면서 "미세전류 칫솔은 그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2019년 9월 창업해 갓 3년을 넘긴 프록시헬스케어는 첫 제품 '트로마츠 미세전류 칫솔'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출시한 후 개선작업을 거쳐 올초 내놓은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덕분이다.

◇진동 없는 미세전류 칫솔 상품화= 프록시헬스케어의 미세전류 칫솔은 일반적인 전동칫솔과 달리 칫솔모가 떨리지 않는 게 특징이다. 대신 사용자는 느낄 수 없지만 미세한 전류가 흘러나와 치아나 잇몸에 형성된 미생물막을 제거한다. 칫솔 헤드 부분에 부착된 두 개의 전극판에서 1초당 1000만 회의 미세전류가 흘러나와 치아 표면에 끼는 치태를 제거하고 잇몸 세포를 활성화한다.

김 대표는 "칫솔을 써본 이들은 '스케일링 한 것 같다', '술 마신 후에는 프록시로 양치 해장을 한다'는 등의 후기를 들려준다"고 말했다.

창업과 제품 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제조업 창업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제조공간을 확보해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김 대표의 연구성과에서 출발한 제품을 시장에서 통하는 완성품으로 갈고닦는 데 2년 이상이 걸렸다.

김 대표는 "창업 후 1년은 연구개발, 이후 1년은 시제품 개발과 시장 테스트에 집중했다. 그렇게 완성도를 높인 제품으로 미 FDA(식품의약국) 인증을 받고 올해 들어서부터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서 "방수 기능을 강화하고 충전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미세전류가 나오면 빛이 나오도록 하는 등 많은 부분을 개선한 결과"라고 밝혔다.

출시 후 1년 6개월간 초기 제품으로 20억원의 매출을 올린 프록시헬스케어는 올해 5~8월 4개월간 총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마케팅을 강화하고 홈쇼핑에도 제품을 선보인 결과다.

김 대표는 "제조업이 힘들다고들 하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까지 어려운 줄 알았으면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 논문이 창업 아이템으로= 트로마츠 웨이브는 김 대표가 미국 메릴랜드대학 박사과정 중에 개발한 기술이다. 그는 울산대 의대를 다니다 공대생이 되기 위해 자퇴하고 수능을 다시 봐서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 대표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공부 잘 하면 의대보다 공대를 갔다. IMF 직전은 공대가 마지막 꽃을 피운 시기였다"면서 "수능을 잘 못봐서 의대를 갔지만 평소 꿈꿨던 서울대 공대를 가기 위해 다시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입학 후 전자회로 수업을 들으면서 전자공학의 매력에 빠진 그는 의대에서 3년간 쌓은 지식을 결합해 의공학 분야를 파고들겠다고 결심했다. 메릴랜드대학에서 전자컴퓨터공학 석·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미생물막을 전기공학적으로 제거하는 칩을 연구했다. 미생물막은 물떼, 고름, 감염 등과 연관돼 있다.

김 대표는 "모든 생물체의 몸에는 전기가 흐르고 인체 역시 전기로 인해 생명활동이 유지된다. 심장이 뛰고 생각을 하는 것도 전기 덕분"이라면서 "몸에 흐르는 전기를 다른 형태로 바꿔서 미생물막에 가하면 표면에서 잘 분리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상품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발견한 주파수대역의 미세전류는 생체전류 수준이어서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정전기력을 통해 미생물막을 표면에서 잘 분리시킨다.

김 대표는 "이전에도 전기를 가하면 물떼 같은 미생물막이 잘 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대부분은 전기를 강하게 걸어야 했다. 그러면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다"면서 "박사과정 당시 엄청나게 많은 실험을 하면서 생체전류 수준의 최적화된 주파수대역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원천기술 확보해 확장·응용 가능성 높아= 당시 개발한 '트로마츠 웨이브'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칩은 2015년 네이처 자매지에 발표했다. 또 연세대 치과대학, 울산대병원 등과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트로마츠 칫솔은 일반 칫솔 대비 치태 제거 효과가 5.98배 높고 치은염으로 인한 염증 수치는 53.6%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삼성전기와 씨젠에서 산업현장을 경험한 후 창업을 결심했다. 프록시헬스케어는 국내·외에서 90건 이상의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FDA,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 CE(유럽공동체마크) 인증도 받았다. 김 대표는 "자체 개발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만큼 확장과 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모든 물체의 표면에는 박테리아가 증식하고, 이 박테리아가 일정 군집을 이루면 보호막을 만든다. 우리 몸에 생기는 각종 염증뿐만 아니라 치아에 끼는 치태, 화장실 곰팡이, 선박에 붙는 따개비, 수도 배관의 각종 물떼 등이 모두 이런 미생물막, 즉 바이오필름이다. 김 대표는 오랄케어에 이어 뷰티케어, 선박관리, 의료기기 등으로 개발범위를 넓히고 있다.

◇비염치료기로 의료기기 시장 개척= 프록시헬스케어는 내년 상반기 중 비염치료기를 내놓고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코 점막에 붙은 미생물 피막을 제거해 염증을 완화하는 원리다. 트로마츠 웨이브 기술을 이용하면 미생물막이 점막에서 분리될 뿐만 아니라, 염증세포의 ATP(아데노신 3인산) 생성을 촉진해 염증을 완화시킨다.

김 대표는 "비염, 축농증 환자는 염증 반응으로 인해 바이오필름이 생긴다. 같은 원리로 폐 감염, 요도 카테타 감염, 인공관절 감염 등 염증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비인후과 등에 공급하고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도 판매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중 의료기기 제조 허가를 취득하고, 12월 울산대병원에서 임상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선박 연비 낮추는 따개비도 친환경적으로 제거= 선박에서 따개비를 없애는 데도 트로마츠 웨이브가 유용하다. 회사는 작년 6월 해양수산부의 164억원 규모 '선체부착생물(따개비) 처리기술 개발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따개비를 제거하는 기술 개발을 위해 타스글로벌 등 13곳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따개비, 굴, 미더덕 등 생물이 선체에 붙으면 배가 이동할 때 마찰저항이 커져 배의 속도를 떨어뜨린다. 이는 연비와 선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증가로 이어져 큰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사용한 적도 있지만 2001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프록시헬스케어는 친환경 따개비 부착방지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지난해 11월 트로마츠 웨이브의 바이오필름 감소 효과를 테스트한 결과 1시간 동안 86%가 제거됐다.

김 대표는 "바이오필름의 생성 속도는 계절과 위치에 따라 다르다"면서 "바이오필름의 양을 감지하는 센서를 적용, 상황에 따라 전기장의 세기를 조절하는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록시헬스케어는 선박 표면 도포방식으로 트로마츠 웨이브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전기차 공조장치의 오염 방지 기술도 개발한다. 프록시헬스케어는 생기원으로부터 1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향후 1년간 기술 적용 시험과 제품 인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2020년 생기원과 함께 자동차 공조장치 오염을 해결하는 미세전류 장치를 테스트한 결과 미생물막이 86% 제거됐다.

김 대표는 "자동차 공기 순환부의 증발기는 습도가 높아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다 보니 자동차 실내 오염의 주범이 된다. 트로마츠 기술을 적용하면 차량 공조기 표면의 미생물막 생성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법인 설립하고 수출 박차= 미국 뉴저지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2021년 6월부터 미국 아마존에서 칫솔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160만달러 규모 수출이 목표다. 구강관리가 어렵고 방치되기 쉬운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트로마츠 펫 칫솔도 내놓을 예정이다.

프록시헬스케어는 2021년 7월 20억원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최근 82억원의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시리즈A 투자에는 기존 투자사인 퓨처플레이를 비롯해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중소기업은행, 메이플투자파트너스, BSK인베스트먼트, 인포뱅크가 참여했다. 이로써 누적 투자유치액은 132억원에 달한다. 프록시헬스케어는 유치한 자금을 제품 개발, 생산시설 확충, 마케팅 활동 등에 쓸 계획이다.

김 대표의 비전은 다이슨처럼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 모두를 갖춘 기업,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자사 칩을 심는 퀄컴 같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퀄컴 칩이 들어가듯이 트로마츠 칩을 폭넓은 제품에 심고 싶다. 또 단순히 부품을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의료기기 분야의 다이슨으로 자리잡고 싶다. 2030년 연 매출 10조 이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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