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과학' 난무하던 윤석열 정부, 과학은 어디에

고재원 기자 2022. 10. 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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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올 2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기정책 토론회에서 내놓은 말이다.

윤 대통령은 또 행정부 고위직에 과학기술 전문가를 중용하고 대통령 직속에 민관 과학기술 위원회를 두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에 과학기술 전문가는 없었고, 민관 과학기술위원회 공약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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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원 데일리뉴스팀 기자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올 2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기정책 토론회에서 내놓은 말이다. 윤 대통령은 또 행정부 고위직에 과학기술 전문가를 중용하고 대통령 직속에 민관 과학기술 위원회를 두겠다고 약속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도 전 정부를 겨냥하며 과학을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정책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과학방역’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윤석열 정부의 과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뚝심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 후보 시절 제시했던 과학 관련 철학과 공약, 심지어 과학방역까지 모두 사라졌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에 과학기술 전문가는 없었고, 민관 과학기술위원회 공약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한술 더 떠 오히려 기존 대통령실 과학기술보좌관이 폐지됐다. 

대선 과정에서 협력 정부를 통해 성공한 정부를 만들겠다던 '러닝 메이트' 안철수 후보가 차별화를 내세우며 제시한 과학방역의 정체는 알 길이 없다. 과학적 근거를 통해 만들어야 하는 일선 의료기관용 감염 예방과 관리 지침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용 코로나19 대응 지침도 단 한차례 개정되는 데 그쳤다. 

방역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침이 변경됐어야 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유지에 대한 근거도,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대한 근거도 내놓지 못한다. 과학방역에 과학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분야도 대동소이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다양한 분야에 '과학'을 언급했다. 대통령 과학경호 체계를 구축한다고 했고 과학기술 강군을 만들겠다고 했으며 저출산 문제 역시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적 접근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경호는 예산 증액에 활용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고 과학기술 강군은 으레 과거에도 하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선언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저출산 문제의 경우 과학적 접근은 커녕 '전세계 출산율 꼴찌'라는 불명예만 안은 채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6일 정부가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 확정안에서는 후보 시절 공약했던 '항공우주청'이 빠졌다. 민간 중심 조직 구성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우주경제 구축을 선언하고 경남 사천에 직접 내려가 우주청 설립을 발표했던 후보 시절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궁색하다. 우주청 설립이 이번 개편안에서 빠지면서 관련 입법 등의 과정을 감안할 때 이번 정부 후반기에야 설립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말만 먼저 앞세워서는 과학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둘 수 없다. 취임한 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남은 시간이 많아 아직 보여줄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국민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작금의 대통령 국정조사 여론조사가 이미 보여주고 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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