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5주년 리마스터링 앨범 낸 산울림.."쥬라기공원 공룡 DNA 끄집어낸 듯 해"

최민지 기자 2022. 10. 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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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에 미련 없었는데 노래들이
우리 것만은 아니다 싶었다"
오리지널 능가하는 재탄생 목표
가수 김창완씨가 6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공연장 ‘벨로주’에서 열린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 무대 위에서 기타를 들고 앉아있다. 뮤직버스 제공

“(리마스터링 작업을 마친) 3집 ‘그대는 이미 나’를 듣는데, 뭉클했습니다. 그 소리 자체를 잊고 있었어요. 그때 영화 <쥬라기 공원>의 벌 화석 속 공룡 DNA가 생각났죠. ‘이걸 끄집어냈네’ 하고요.”

흰색 셔츠에 푸른색 바지, 흰 운동화 차림으로 무대에 선 가수 김창완은 밴드 산울림의 데뷔 45주년 기념 리마스터링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공연장 ‘벨로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밴드 산울림이 데뷔 45주년을 기념해 리마스터링 앨범으로 돌아왔다. 1977년 1집 <아니 벌써>로 데뷔한 산울림은 몽환적이고도 동화적인 사운드와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7년 <무지개>에 이르기까지 20년간 정규 앨범 13장과 동요 앨범 4장 등 총 17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산울림 앨범 17장을 비롯해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이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된다.

리마스터링 작업이 처음부터 내키진 않았다고 김창완은 털어놨다. ‘사라지는 것에 대해 미련 가질 것 없다’는 삶의 철학 때문이었다. “옛것을 끄집어낸들 무슨 소용이겠나 하는 생각이 일단 앞섰다”고 했다. 하지만 ‘가요사에 남을 족적이 될 수 있다’는 주변 설득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산울림의 노래가 저희 형제들의 것만이 아니라면 남겨놓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마음을 돌렸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해 리마스터하는 작업을 거쳤다. ‘오리지널에 최대한 가까운 것’이 아닌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새로운 수준’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프로젝트에는 한국인 최초 그래미 수상자인 레코닝 엔지니어 황병준 감독을 비롯한 ‘드림팀’이 참여했다. 황 감독의 손길을 거친 음원은 세계적인 마스터링 거장이자 미국의 오디오 엔지니어인 버니 그런드먼에게 넘어갔고, 그는 장인의 손길로 산울림의 LP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황 감독은 “국내에서는 원본 릴테이프가 남아 있는 경우도 거의 없다”며 “이번 리마스터링 작업은 산울림 멤버 김창완씨가 (릴테이프를) 직접 보유하고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리마스터링된 곡들의 일부가 공개됐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1977),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1978), ‘그대는 이미 나’(1878) 등 3곡이다. 1970년대 음반 녹음 환경에서 들어간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빠지면서 전체적으로 음악이 선명하고 또렷해졌다.

산울림은 고 김창익, 김창완, 김창훈(왼쪽부터)으로 구성된 형제 그룹이다. 뮤직버스 제공

프로젝트를 진행한 음악 레이블 ‘에꼴 드 고래’의 김경진 대표는 작업물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김 대표는 “오리지널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리마스터에 회의를 가진 사람도 많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국내에서 이 정도의 사운드 성과가 나온 사례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게 이런 소리였나’ 싶을 만큼 놀라움과 즐거움이 추가됐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창완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008년 세상을 떠난 동생이자 멤버인 고 김창익을 많이 떠올렸다고 했다. “1970년대 음반 녹음하면서 소리에 대한 불만이 많았어요. 그런데 리마스터링된 앨범을 들어보니 소리가 너무 다른 거죠. 막내가 연주를 이렇게 (잘)해놨는데 숟가락통 두들기는 소리로 녹음돼서 안타깝고, 또 얼마나 후련한지요. 이번 앨범은 산울림을 지켜준 많은 분들께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창완은 ‘K팝’이라 불리는 아이돌 그룹 음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대중가요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한편 안타깝지만 어떤 음악이나 문화도 타고나는 환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방책을 내놓기보다는 (아이돌 아닌 다른 음악이) 희미한 라임라이트(석회등)라도 받았으면 하는 것이 제 희망”이라고 했다. 이어 “아무리 시가 안 읽혀도 책이 안 팔려도 계속 쓰시지 않느냐”며 “그분들께 환호와 갈채를 보낸다”고도 말했다.

산울림의 리마스터링 앨범은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20일 1·3집을 시작으로 다음달 22일 2집의 LP와 디지털 음원이 세상에 나온다. 레이블 측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까지 모든 작품들이 다 발매될 예정이지만 과거의 음악, 위대한 유산을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젝트에서 좀 더 확장해 새로운 아티스트의 발굴로 이어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울림의 데뷔 45주년 기념 리마스터링 앨범들. 뮤직버스 제공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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