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로직스, '이중항체' 플랫폼 론칭..CMO 힘 준다
높은 수율 강점.."CDO-CMO 시너지 기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체 개발 이중항체 플랫폼을 내놨다. 지난 2018년 위탁개발(CD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선보인 네 번째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CDO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위탁생산(CMO)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비대칭' 모양 이중항체…"높은 수율 강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6일 '바이오 지식콘서트'를 열고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S-DUAL)'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중항체는 항체 하나로 두 가지 목표물(타깃 단백질)을 잡는 기술이다. 항체는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단백질로, 일반적으로 항체는 하나의 타깃 항원에만 작용한다. 이중항체는 두 가지 항체를 결합해 하나의 의약품으로 두 가지 항체 의약품의 효과를 낸다. 기존 단일항체보다 효능과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우수한 게 특징이다. 특히 대부분의 항체 의약품은 암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데,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는 암을 치료할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최형석 바이오연구소 연구기획팀장은 "이중항체 플랫폼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32%로 향후 5년간 5배 이상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한 기술"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만 약 600여개가 넘어 자체 특허 이중항체 플랫폼을 보유하면 신사업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중항체 기반 항암제를 개발하는 신규 기업이 늘고 있는데 개발 초기인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기술을 테스트하는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항체끼리 결합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형태로 결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럴 경우 의약품의 순도가 달라져 수율(정상 제품 비율)도 낮아진다. 항체를 접합하기 위해 추가로 약물을 섞는 만큼 약효가 떨어지거나 독성이 생길 우려도 있다. 특허도 문제다. 이중항체 기반의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은 특허가 만료된 오래된 플랫폼을 쓰거나 비용을 지불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해야 했다.
S-DUAL는 이런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플랫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세우는 강점은 '비대칭 구조'다. 보통 이중항체 플랫폼이 좌우 대칭 모양인 것과 달리, S-DUAL는 한쪽 팔 부위에 특정 결합을 유도하는 'CH3(constant heavy chain 3)' 도메인을 추가했다. 양쪽 형태와 크기가 다르게 설계돼 결합 오류가 발생하면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팀장은 "다른 이중항체 플랫폼은 대칭 구조라서 결합이 잘못돼 불순물이 나와도 발견이 매우 어렵지만, S-DUAL는 양쪽 크기가 달라 불순물을 조기에 발견하고 명확하게 분리할 수 있다"면서 "이는 생산의 품질 관리에 더욱 용이하다는 뜻으로 S-DUAL을 이용 시 불순물 발생 비율을 낮추고 최대 99%의 높은 순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회사에 따르면 S-DUAL은 사람 몸속 항체와 유사한 형태로 제작돼 투여 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낮다. 항체와 같은 구조적 안정성도 갖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S-DUAL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마쳤다. 향후 다중항체 등 관련 특허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라이선스 매출 및 CDO 연계 기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은 크게 CMO 부문과 CDO 부문으로 나뉜다. CDO는 CMO에서 한 단계 나아가 세포주*나 생산 공정, 제형 및 분석법 개발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18년 CDO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이후 △세포주 플랫폼 '에스초이스(S-CHOice)' △공정 개발 플랫폼 '에스-셀러레이트(S-Cellerate)'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디벨롭픽(Developick)' 등의 자체 개발 플랫폼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세포주: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 항체는 적절한 공간을 만들어주면 무한 증식하는 특성을 가짐
이번 S-DUAL 출시 역시 CDO 사업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다. 나아가 회사 측은 CDO와 CMO 사업을 연계한 'End-to-End' 전략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재선 CDO 개발팀장 상무는 "S-DUAL 출시로 용역 매출은 물론 지식재산권(IP)을 통한 라이선스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며 "최근 공개한 Developick의 경우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여기서 결과가 좋으면 CDO 서비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누적 수주는 총 156건이었다. CMO 수주가 69건, CDO 수주가 87건이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론 약 100건의 누적 수주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627억, 3461억원이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실적을 제외한 상반기 개별 매출도 1조150억원에 달했다. 자체 개발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수주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 시설과 상업화 후 매출 대비 로열티가 없는 구조 등으로 경쟁력을 갖췄다"며 "자체 개발 이중항체 플랫폼을 통해 CDMO 매출 및 사업 포트폴리오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자국 산업 우선 정책과 관련해서 "CDO 사업은 임상 물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향후 사업화 과정에서 제조 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부분을 감안해 해외 플랜트 건설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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