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일만에 '이준석 늪' 겨우 빠져나온 與..당권다툼 불붙는다

정주원,김정석,이희수 2022. 10. 6.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원 '정진석 비대위' 인정
법원 "비상상황 요건 정리돼"
소급입법 금지 논란엔
"정당 당헌까지 적용은 무리"
집권여당 내홍 마무리
김기현·안철수·유승민 등
차기 당권다툼 본격화할 듯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대한 이준석 전 당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6일 패소로 마무리되면서 집권 여당 지도체제가 3개월에 걸친 내홍 끝에 안정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황정수)는 결정문을 통해 개정 당헌에 관한 정당의 자유 영역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헌 내용 자체가 헌법·법률에 명백히 위반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의 의사를 존중해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차 가처분 당시 비대위 설치라는 정당 '활동'이 기존 당헌에 위배되는지가 중요했다면, 이번엔 당헌 내용 자체를 판단하는 것이 쟁점이었기 때문에 정당 재량권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앞서 개정 전 당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설치할 수 있는 요건은 '당대표가 궐위된 경우 또는 최고위 기능이 상실된 경우 등'이었다. 그러나 당시 지도부가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상황을 '궐위'가 아닌 '사고'라고 해석했다. 배현진 의원은 최고위원 사의를 밝힌 뒤 전국위원회 소집 의결에 참여하거나 사퇴서 수리를 늦게 하는 등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법원은 1차 비대위에 대해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해야 할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세운 2차 비대위는 이런 모순을 없애겠다는 듯 비대위 출범 요건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지난달 5일 당헌 개정 작업을 마친 뒤 출범했다. '비상 상황'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없애고 대신 △당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 사퇴 등 궐위가 발생한 때 등에는 비대위를 설치한다는 당위 규정을 뒀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종전에 해석의 여지가 있었던 불확정 개념인 '비상 상황'을 배제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요건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상정해놓고 소급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 위반이라는 반박도 있었지만 "소급입법 금지가 정당의 당헌에도 직접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이번 결정문에는 국민의힘 비대위 설치가 사실상 이 전 대표를 축출하기 위해 가동됐다는 의혹 제기에 대한 언급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의 정치적 동기는 여론이 평가할 부분이지 사법적 판단 대상은 아니라는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 측 주장과 같이 국민의힘이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개정 당헌을 의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헌 적용 대상이 이 전 대표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비합리적이거나 불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에 대해 당원이나 국민에게 평가를 받는 것은 별론"이라고 명시했다.

당의 명운이 달렸던 핵심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차기 당권주자들 간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일단 내년 1월 말~2월 초 전당대회를 목표로 비대위 체제를 순항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법원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체제 혼란이 정리됐으니 집권 여당 책무를 수행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겸직 논란과 관련해선 국회부의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국정감사, 정기국회 시즌을 끝낸 뒤 본격적인 당대표 선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취재진에게 "전대 일정은 비대위에서 결정해야 하겠지만 정기국회가 끝나고 시작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 후속 대응 등에 따라 조기 전대론이 분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당권주자로는 5선 조경태 의원, 4선 김기현·윤상현 의원, 3선 안철수 의원, 원외의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하루빨리 당을 정상체제로 회복시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저는 그 일에 제 모든 것을 걸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이제는 혼란을 정리할 때"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분열을 멈추고 모두가 다시 힘을 합쳐야 한다"고 차기 당권체제를 시사했다.

[정주원 기자 / 김정석 기자 /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