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장 낀 9천억대 불법 해외송금 덜미 잡혔다..사건 전말은

홍혜진 2022. 10.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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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中 공범이 보낸 가상화폐
비싼 국내서 팔아 돈 빼돌려
금·반도체칩 수입대금 위장
은행 지점장 등 송금 가담
1년간 차익은 270억원 달해
檢 9명 기소, 8명은 추적중
가상화폐가 국내 시장에서 외국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해 얻은 수익을 포함해 약 1조원을 해외로 불법 송금한 일당이 무더기로 구속기소됐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일본·중국 공범들과 조직적으로 연계해 외화 9348억원을 해외로 불법 송금한 사건을 수사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A씨와 시중은행 전 지점장 B씨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해외 공범 8명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A씨 일당은 동일한 가상화폐가 국내 시장에서 유독 비싸게 팔리는 '김치 프리미엄'에 착안해 범행을 저질렀다. 최근 몇 년간 김치 프리미엄이 하루에 최대 20%까지 벌어지는 등 심화됐다. 피고인들은 가격 차이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격차가 커졌을 때 국내 시장에서 가상화폐를 집중적으로 매도한 뒤 수익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행위를 반복했다.

해외로 돈을 빼돌릴 때는 앞서 설립해둔 유령 법인을 내세워 금이나 반도체칩을 수입한 대금을 지불하는 것처럼 허위 인보이스 등 자료를 제출해 은행 직원들을 속였다.

해외 현지 공범도 가담했다. 공범은 각각 일본과 중국에 거주하며 가상화폐를 피고인들에게 보내고, 외환을 받아주는 등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일본과 중국으로 송금된 금액은 각각 4957억원, 4391억원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적 일본 내 공범 3명에 대해서는 송환을 위해 범죄인 인도청구 등 절차를 진행 중이고, 중국계 한국인 공범 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국내 금융감독망을 피해 수백여 차례에 걸쳐 1조원가량을 불법 반출하는 범행을 저지를 수 있던 배경에는 B씨의 공모가 있었다.

B씨는 A씨 일당이 자신의 지점을 통해 송금할 때 '의심거래 경고(STR Alert)'를 임의로 본점 보고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 같은 사실과 함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A씨 등에게 알려주면서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대가로 피고인들에게서 현금 2400만원과 상품권 100만원을 받아 챙겼다. B씨가 근무한 지점도 범행 과정에서 외화 매매 이익·수수료 등 영업이익 총 21억여 원을 얻었다.

A씨 일당이 가상화폐를 매도해 얻은 이익은 1년간 27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공범에게 송금한 금액을 제외하고 47억원을 직접 취득해 외제차나 명품, 부동산, 고급 리조트 회원권을 매입하는 데 썼다. 검찰은 범죄수익 12억원어치를 추징보전한 상태다.

검찰은 B씨가 일했던 시중은행이 이 같은 범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감독을 제대로 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들 범행으로 인해 우리나라 가상화폐 시장의 심각한 왜곡이 불가피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며 "외화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부실을 초래하고 무역수지도 왜곡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또 "시중은행 은행원이 1년여 동안 수천 억원의 외화를 불법 송금했음에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며 "시중은행의 외환 송금 시스템이 적정하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은행권의 이상 외환 송금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서울중앙지검과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도 실체 파악에 나선 상태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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