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술먹방 무법지대..반쪽짜리 주류광고 규제

OTT 등 통신매체 규제 미비
실속 없는 SNS 제재만 집중

#유튜브에 '술'을 검색하면 성인 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술먹방'(술 마시며 방송)이나 연예인이 음주하며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숱하게 볼 수 있다. 한 달 만에 조회 수 947만뷰를 기록한 한 영상에선 20대 남녀 연예인이 술을 병째 들고 마시고 맛을 묘사했다.

#수입맥주 업체 하이네켄코리아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뮤직 페스티벌 취소 소식과 함께 사과문을 올렸다가 정부에서 시정명령을 받았다. 사과문이 주류 광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음 경고 문구를 표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과문을 주류 광고로 보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통신매체의 주류 광고에는 대응하지 않으면서 SNS상 주류 광고 규제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 음주 조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통신매체에 대한 균형감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주류 광고 규제를 집행하는 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주류 광고 기준 위반 건 가운데 SNS가 895건(95%)으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인쇄매체 22건(2%), 웹 배너 등 디지털 15건(1%), 방송매체 8건(1%) 순이다. 지난해 통계에서도 SNS 적발 건수는 1322건으로 92.4%를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유튜브, OTT 등 통신매체상 주류 광고의 규제 위반 적발은 단 1건도 없었다.

통신매체에 대한 아무런 제재 없이 주류 콘텐츠가 성행하는 것은 현행법상 통신매체의 음주 콘텐츠나 광고 관련 심의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TV 같은 방송매체는 방송법 심의 규정에 근거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주류 광고를 엄격하게 심의한다. 법을 위반한 주류 광고를 송출하면 광고 내용을 변경하거나 금지를 명할 수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측은 "유튜브나 OTT에 올라오는 술 관련 콘텐츠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실제 광고 업계에선 주류 광고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영업하고 있다.

주류 업계에선 "중소 업체들이 가장 쉽게 주류 제품을 알릴 수 있는 SNS엔 한 치의 틈이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규제하면서 대형 주류업체들이 유튜브나 OTT에 광고하는 것은 내버려두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중장기적으로 통신매체에서 주류 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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