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클라이번의 영웅 임윤찬 '황제'로 돌아오다

박대의 2022. 10. 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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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과 무대 올라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협연
베토벤 협주곡 '황제' 선사
관객 2천명 우레같은 환호에
앙코르 3곡 연주하며 화답
5일 열린 `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하고 있다.
올해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의 '영웅'으로 떠오른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황제'로 무대에 섰다. 마에스트로 정명훈(69)이 지휘하는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펼친 임윤찬은 10대 소년의 풋풋함과 베테랑 연주자의 묵직함을 오가며 자신의 연주를 지켜보는 관객들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임윤찬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의 협연자로 등장했다. 지난해 4월 이번 공연의 협연자로 결정되고,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직후 티켓 판매가 시작되면서 공연은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이날 공연에서는 관객 1920명이 좌석을 가득 채워 박수와 환호 속에 임윤찬을 맞았다.

무대 위에 선 임윤찬은 다른 공연에서보다 편한 차림이었다. 평소 무대에 설 때는 목 끝까지 넥타이로 여민 정갈한 슈트 차림이었지만, 이날은 흰 셔츠의 맨 끝단을 풀고 무대에 등장했다. 아직 자신을 향한 관객들 호응이 익숙지 않은 듯 수줍은 표정이었지만, 피아노 앞에 앉는 순간 이내 묵직하게 악기를 제압하려는 느낌이 전해졌다.

'황제'는 정명훈이 김선욱, 조성진 등 젊은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자주 연주해온 곡이다. 임윤찬이 국내 무대에서 이 곡을 연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윤찬이 연주한 '황제'는 다른 연주자의 것과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정교하면서 기품이 넘쳤으며, 맑고 낭만적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힘을 빼야 하는 순간에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들고 스스로 힘을 조절했다. 건반에서 손을 내려놓는 순간에도 관현악단의 연주에 몸을 맡기며 모든 음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 협주곡은 강렬한 이름과 달리 부드러움을 요구한다. 2악장 '느리지만 약간 발랄하게(Adagio un poco mosso)'에서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온화한 분위기 위에 피아노 독주가 은은하게 펼쳐지고, 3악장 '론도. 빠르게(Rondo. Allegro)'에서는 피아노와 관현악이 곡예를 펼치듯 연주하는 과정에서 '부드럽게(dolce)' 가벼운 선율로 이어진다. 그가 우승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옛 음악가들을 '악보와 자신 사이에서 영감을 찾은 사람들'이라고 칭하며 악보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처럼, 작곡가의 의도를 살려내려 노력하는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관객들은 임윤찬의 연주가 끝나자 "브라보"를 연발했다. 연주 내내 관현악단을 향해 있던 정명훈도 온화한 미소와 함께 임윤찬을 단상 위로 올려 포옹했다. 임윤찬은 우레 같은 박수와 환호가 멎지 않고 이어지자 다시 무대로 돌아와 페데리코 몸포우의 '정원의 소녀들'로 화답했다. 그럼에도 달아오른 관객들 반응은 식지 않았고, 또 한 번 무대로 돌아온 임윤찬은 스크랴빈의 소곡와 시곡을 추가로 선사하며 관객들 환호에 보답했다. 임윤찬은 6일(전남대 민주마루)과 8일(통영국제음악당)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또 한 번 '황제'를 연주한다. 8일 연주는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임윤찬의 첫 라이브 음반이다. 임윤찬이 퇴장하고 이어진 공연 2부에서는 정명훈과 원코리아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이 힘차고 웅장하게 공연장을 메웠다. 2017년 남북한의 교류를 위해 만든 원코리아오케스트라는 국내 오케스트라 전·현직 단원과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출신 연주자가 모인 프로젝트 성격의 관현악단이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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