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시장 만든 '컨디션', 31년간 대한민국 확 깨운 비결

이지현 2022. 10. 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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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컨디션, 숙취해소음료 카테고리 열어
지구 반바퀴 해당 6억9000만 병 판매
성분 추가, 제품군 확대, 브랜드 슬로건 진화

HK이노엔의 컨디션이 올해로 출시 31년차를 맞았다. 컨디션이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조차 만들어지지 않던 때다. 숙취해소음료로 출시된 이 제품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HK이노엔의 컨디션이 출시된 1992년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100억원대였다. 2년 만인 1994년 7배나 늘어난 700억원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관련 시장 규모는 2200억원을 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오랜 기간 이어지던 거리두기가 올해부터 해제되면서 모임·회식 등도 늘고 있다.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숙취해소제를 찾는 소비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25% 성장한 2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컨디션이 출시된 뒤 수많은 숙취해소제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수백개의 제품이 새로 출시됐다가 사라지는 레드오션이 됐다. 컨디션은 치열한 숙취해소제 시장에서 31년간 장수브랜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된 컨디션은 6억9000만 병에 달한다. 판매된 음료 병을 일렬로 나열해 직선거리로 재면 2만7600㎞. 한국에서 미국까지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로 지구를 반바퀴 돌 수 있는 길이다. 

상황 1 자양강장제가 점령한 시장
도전 1 숙취해소음료 새 시장 열어

회식이나 모임 등 술자리가 많은 저녁 시간 편의점 등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제품 중 하나가 숙취해소제다. 음주 전후 간편하게 숙취해소제를 챙겨먹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1990년 이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이다. ‘술마실 땐 숙취해소제’라는 시장을 만든 제품이 HK이노엔의 컨디션이다.

HK이노엔(당시 제일제당 제약사업부)은 시장 조사 끝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해장국이나 북엇국 같은 숙취해소 음식보다 꿀물처럼 간단히 마실 수 있는 음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통할 수 있는 숙취해소음료 개발에 나섰고 자양강장제가 점령했던 드링크제 시장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컨디션이 출시되던 1992년엔 접대나 회식에서 폭주를 즐기는 문화가 당연시 됐다. 술과 함께하는 회식이나 오프라인 미팅도 많았다. 출시 초기 컨디션의 타깃 소비자는 30~45세 남성 직장인이었다. 출시초기 가격은 몇천원대로, 몇백원 정도면 살 수 있던 자양강장 드링크제보다 고가였지만 ‘성분’과 ‘품질’을 내세운 마케팅 정책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었다.

새로운 시장을 연 제품이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빠르게 바뀌는 시대상을 적극 반영해 음료, 환, 젤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초록병 음료로 시작한 컨디션은 ▲컨디션 ▲컨디션레이디 ▲컨디션CEO ▲컨디션환 ▲컨디션스틱 등 5종류로 판매되고 있다. 2012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환 형태의 ‘컨디션환’을 내놓으며 숙취해소환 시장을 새롭게 만들었다. 

2013년에는 히알루론산 등을 첨가해 사과맛을 가미한 ‘컨디션레이디’를 선보이면서 여성 소비자에게도 친근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2017년에는 프리미엄 제품인 ‘컨디션CEO’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 숙취해소제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는 음주 전후 물 없이 간편하게 먹기 좋은 젤리 제형의 ‘컨디션스틱’을 출시해 MZ세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상황 2 레드오션된 숙취해소제 시장
도전 2 혁신제품 선보이며 차별화

컨디션이 숙취해소제 시장을 연 뒤 3년 만에 관련 시장은 레드오션이 됐다. 음료회사는 물론 주류회사까지 숙취해소 제품을 출시하면서 포화상태가 됐다. 자양강장제에만 집중하던 제약사들도 앞다퉈 숙취해소제를 선보였다. 시장에선 매년 수십, 수백개의 제품이 출시됐다가 자취를 감췄다. 이렇게 부침이 큰 시장에서 컨디션이 장수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덕분이었다.

HK이노엔은 미배아발효추출물(글루메이트)부터 헛개까지 숙취 해소에 관한 소재를 다양하게 발굴해 대중화했다. 동물실험, 인체적용시험 등을 통해 30여년 간 컨디션을 여섯 차례 업그레이드했다. 2017년에는 업계 처음으로 숙취 해소법만 연구하는 ‘숙취해소연구센터’를 세웠다. 이를 통해 숙취해소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해결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숙취해소 관련 특허를 받은 월계수 잎, 자리, 선인장 열매(백년초) 복합추출물이 들어간 프리미엄 제품 ‘컨디션CEO’가 이 곳에서 개발됐다. 최근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컨디션스틱’도 여기에서 탄생했다.

숙취해소연구센터는 소비자 수요도 적극 반영했다. 컨디션스틱은 숙취해소제 주요 소비층인 MZ세대가 스틱처럼 간편한 제형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내놓은 제품이다. 비음료 숙취해소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한 것도 컨디션스틱 출시 배경이 됐다.

이런 노력에 시장은 반응했다. 컨디션스틱은 8월 출고량이 전월 대비 25% 증가했다. 출시 6개월 만에 700만포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 2초에 1포씩 판매되고 있다는 의미다. 출시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상황 3 출시 31년 ‘나이 든’ 브랜드 이미지 
도전 3 다양한 마케팅으로 MZ세대 공략

HK이노엔은 최근들어 MZ세대 맞춤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컨디션이 ‘나이든 브랜드 이미지’라는 장수브랜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숙취해소제품을 즐겁게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TV CF, 틱톡 챌린지, 대학가 축제, 페스티벌 참여 등 전방위 온·오프라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MZ세대 트렌드에 맞춰 평균 15초에서 1분 이내 짧은 길이 영상을 활용한 숏폼 마케팅을 기획했다. TV CF를 통해 모델 전소미가 3단 기상 댄스를 선보였고 이는 틱톡 ‘확 깨는 챌린지’로 이어졌다. 확 깨는 챌린지에 유명 틱톡커들이 참여하면서 공식 해시태그 ‘#컨디션판타스틱챌린지’로 올린 영상의 전체 조회수는 1700만뷰를 돌파했다. 광고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도 348만뷰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컨디션환’을 소재로 6분 분량의 숏폼 드라마 ‘환생연애’를 선보였다. 가상 세계관을 만들고 다양한 컨텐츠를 즐기는 데 익숙한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환생연애는 예고편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 100만회를 넘어섰다. 본편도 639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웹드라마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MZ세대 사이에서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새로운 컨텐츠로 재생산되면서 높은 조회수로 이어졌다.

여름 페스티벌 시즌에 맞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풀파티, 워터밤 인천 2022, 월드DJ페스티벌 등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아날로그에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에 주목해 필름 카메라를 굿즈 아이템으로 기획, 판매하면서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숙취해소제 시장을 열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제품이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31년 간 컨디션이 걸어온 길이다. HK이노엔은 소비자의 니즈와 사회변화를 반영해 컨디션 성분을 추가하고 제품군을 확대했다. ‘장수브랜드’인 컨디션이 경쟁 치열한 숙취해소제 시장에서 대표 제품 지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컨디션 제품과 함께 광고도 계속 바뀌었다. 1990년대 컨디션 광고엔 주로 남성 직장인들이 등장했다. 남성들이 모인 회식 자리 등에서 음주 전후 컨디션을 마시는 모습을 주로 표현했다. 당시 주 소비자층을 공략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컨디션 광고엔 배우 이유리, 진세연 등 여성들이 등장했다. 여성의 술 섭취가 늘고 술자리도 많아지는 사회 변화에 발맞춘 것이다. 올해 컨디션은 또다시 변신했다. 젊은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컨디션스틱 제품을 내놨다. HK이노엔은 컨디션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가수 모델인 전소미를 단독으로 기용했다.

브랜드 슬로건도 시대에 맞춰 진화했다. 출시 초기엔 ‘접대가 많은 비즈니스맨의 드링크’라는 남성 중심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2009년 이는 ‘음주 전후 숙취해소를 빠르게! 확 깬다’로, 2014~2017년 ‘챙기자 내사람, 챙기자 컨디션’으로 바뀌었다. 

지난해부터 MZ세대를 공략하는 슬로건으로 또다시 변화했다. 지난해 슬로건은 ‘확 깨는 상태, 컨디션’이었다. 올해 HK이노엔은 MZ세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컨디션스틱 제품을 출시하면서 ‘젤로 확 깨는 판타스틱한 상태’로 슬로건도 파격적으로 바꿨다.

컨디션 브랜드 관계자는 “숙취해소제 시장은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예전에는 컨디션이 ‘술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먹는 제품이었다면 앞으로는 MZ세대를 주축으로 ‘술자리를 재밌게 즐기기 위해’ 먹는 제품으로 이미지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들어오신 아버지를 위해 다음날 아침 어머니가 끓여 주시는 시원한 콩나물국, 북엇국은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해장 문화였다. 해장국은 어쩌면 과거 아버지들의 고달픈 회사 생활을 해결해주는 하나의 solution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쥐를 잡기 위해 ‘쥐덫, 쥐약, 고양이 키우기’ 등의 다양한 solution이 가능한 것처럼, 숙취를 해결하는 solution 역시 여러가지일 수 있다. HK이노엔은 특별히 이 문제에 집중했고, 소비자의 숙취를 해결하는 “새로운 solution”으로 컨디션을 출시하였다.

만약 당시 마케터가 ‘기존 제품’에 묶여 더 좋은 자양강장제 개발에만 집중했다면 결국 치열한 레드오션 경쟁에 빠졌을 것이다. 기껏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또 다시 ‘더 좋은 제품’에 의해 잊혀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HK이노엔은 과감히 ‘제품 중심 사고’에서 벗어났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카테고리’의 리더가 되었다. 이제 컨디션은 음주 전후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solution, 혹은 회식 자리에서 눈치 빠르게 숙취해소음료를 챙겨주는 직장인들의 사회적 관계 solution으로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서 컨디션이 시장 리더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라인확장(line extension)” 전략을 시도했다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컨디션, 컨디션 레이디, 컨디션 CEO, 컨디션환, 컨디션 스틱 등의 라인확장은 이미 성공적으로 구축된 ‘컨디션’ 브랜드를 활용해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함께 해결해줄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경쟁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고, 자사의 브랜드 안에서 서로 다른 니즈를 해결함으로써 전체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는 브랜드 전략이다.

다만 최근 고객들이 원하는 숙취해소 solution의 방향이 변화하고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 숙취해소음료가 40~50대 남성 직장인의 회식 자리에서 주로 소비되던 제품이었다면, 최근에는 MZ세대의 등장으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회식 문화, 음주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더 좋은 solution”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새로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이처럼 마케터는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는 solution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숙취는 술이 대사(代謝)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의 30~40%는 유전적으로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효소인 ‘ALDH’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람들은 가능하면 술을 적게 마시거나 술을 마셨다면 숙취해소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이 같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적인 특성으로 인해 컨디션 출시를 기점으로 숙취해소제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 1992년 처음 컨디션이 등장하며 내건 슬로건인 ‘접대가 많은 비즈니스맨의 드링크’가  보여주듯이 컨디션은 숙취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제품이었다.

당시 드링크 제품 대부분의 가격이 500원 수준이었는데 5배인 2500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자신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어서 컨디션은 음주문화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여성 소비자와 MZ세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새로운 버전의 숙취해소제를 출시하였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증가하면서 여성 음주 인구가 늘어났고 컨디션은 2013년 ‘컨디션레이디’를 선보였다.

올해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컨디션스틱’을 출시했다. 컨디션스틱은 음료가 아니라 젤리 형태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대는 ‘액체 형태’보다 ‘고체 형태’의 숙취해소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컨디션 사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이어서 새로운 타깃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레드오션 시장에서도 선두에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주인은 소비자이다. 컨디션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려 그것을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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